방사성 물질 식품허용치 논란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가 남긴 후유증은 생각보다 많다. 방사능 공포로 수산시장엔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괴담도 오프라인·온라인 세상을 가리지 않고 떠돈다. 더 큰 문제는 우리의 먹거리에 방사성 물질이 함유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공포나 괴담으로 치부하기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 최근 방사성물질 식품 허용치를 두고 논란이 많다. 정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기준이 엄격하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가 터진지2년 반가량이 흘렀다. 하지만 이 원전사고로 인한 파고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방사능 공포 역시 심해졌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 NS) 등에는 ‘방사능 괴담을 입증하는 자료’라며 이상한 사진이 떠돈다. ‘목이 두 개 달린 거북이’ ‘수십 개의 알맹이가 하나로 뭉쳐 울퉁불퉁한 모양의 토마토’ ‘귀 없는 토끼’ ‘다섯 손가락을 가진 바닷가재’….

일본이든 한국이든 정부 관계자들은 ‘방사능 공포는 사실과 크게 다르다’며 일축한다. 그렇다고 ‘괴담’으로 단정짓기에는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일례로 귀 없는 토끼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21㎞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떠도는 풍문도 많다. “일본 열도 절반이 고농도 방사능으로 오염됐다” “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량이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의 11배 이상이다” “우리나라 명태 90% 이상이 일본산産이다”….

풍문에서 그치면 좋은데 실생활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일본산이라면 무조건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있는가 하면 원산지를 불문하고 수산물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도 늘었다. 대표적 피해상품은 ‘어묵’이다. 어묵의 주재료 ‘명태 생선살’이 일본산으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곤두박질친 것이다. 하지만 수입 명태 중 97%는 러시아산이다. 패스트푸드 전문점 롯데리아도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최근 온라인에는 롯데리아가 ‘방사능 버거’를 판다는 루머가 나돌았는데, 새우버거·오징어링 등의 메뉴에 명태 연육이 들어갔다는 이유에서였다. 롯데리아는 미국산 명태연육이라고 밝혔지만 소비자의 불안감은 줄지 않고 있다. 식품업계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에는 일본산 화장품 수입량이 크게 줄었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올 9월 9일을 기점으로 기존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수산물 49개 품목 금지’에서 ‘일본산 수산물(8개현) 수입 전면 금지’로 기준을 변경했다. ‘방사능 괴담’이라는 제목의 ‘만화’까지 만들어 떠도는 풍문을 해명하는 데 나서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관련 보도를 해명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해명은 어딘지 명쾌하지 않다.
계속되는 원전 오염수 유출에도 우리나라 해역은 “안전하다”고 말하고 원산지를 속여 들어오는 일본산 수산물 관련 우려에는 “방사성 물질 식품 허용치(100베크렐)가 유럽연합(500베크렐), 미국(1200베크렐)보다 철저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이 와중에도 일본산 수입식품은 활개를 치고 있다. 수입전문점에서 이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심지어 국내 대기업 제과업체가 일본 회사와 합자 형태로 만든 브랜드 과자 제품이 편의점 한편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유명 프랜차이즈 외식 브랜드의 상륙도 오히려 늘었다.

일본에 본사를 둔 스시·도시락·우동 전문점 등이 속속 오픈하고 있다. 특정 현의 수산물과 식품 수입을 금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건지 의문스러운 이유다. 현재 ㎏당 100베크렐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의 허용기준을 1베크렐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루 평균 ㎏당 1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식사를 해도 장기화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 아베 정부는 방사능이 바다로 유입되는 걸 100% 막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원전사고의 진짜 피해는 섭취하는 음식에 달려 있다. 우크라이나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선 내부 피폭 경로의 80〜95%도 음식 섭취에서 비롯됐다. 국민들이 앞뒤 보지 않고 무조건 수산물을 기피하고 일본산 수입제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터진 지 30년이 조금 안됐다. 하지만 사고의 그림자는 여전히 짙다.

아직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알 수 없는 병과 통증에 시달린다. 그런데 최근 일본 민간단체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눈길을 끌 만한 결과를 내놨다.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음식을 통해 건강 문제를 개선했다는 거다. 이 조사 결과는 방사능 오염 식품을 먹으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도 시사한다. 뭐든지 잘못 먹으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하물며 방사능 물질이 함유된 식품을 먹으면 어떻겠는가. 우리 국민의 식품 우려는 ‘기우’가 아닐 수 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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