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性과학 코너

▲ 에이즈는 성병의 일종이다. 키스ㆍ악수 등 가벼운 신체접촉만으로 에이즈에 걸리는 경우는 드물다.(사진=뉴시스)
의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세상엔 아직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들이 많다. 특히 몇 해 전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조류독감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은 조류독감 외에도 에볼라 바이러스ㆍ에이즈ㆍ대상포진 등 매우 많다.

그중 에이즈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2월 1일을 ‘세계 에이즈의 날’로 지정했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질병이다. 초기 발견 당시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2004년 역학조사를 끝낸 후 성관계로 옮겨지는 성병의 일종으로 밝혀졌다. 무작정 두려워할 게 아니라 관리만 제대로 하면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나와 있음에도 사람들은 에이즈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갖고 있다. 에이즈 감염자와 일하거나 밥을 함께 먹어도 걸리는 것 아니냐며 자리를 피한다.

에이즈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자와 주사바늘을 같이 사용해서 감염되거나 아기의 경우 임신이나 분만 도중 혹은 수유 시 엄마로부터 감염되기도 한다. 감염된 혈액을 받거나 장기이식을 할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섹스를 통해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성관계를 맺지 않는 한 걸릴 위험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성병은 우연한 신체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볼에 키스하거나 악수를 해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진료를 하다보면 에이즈가 걱정된다며 증상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직업여성과 관계를 했는데 목이 뜨끔뜨끔 아프다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온다. 사실 불특정인과의 성관계를 가진 후 3~6주 뒤 감기몸살 증상이 있으면 의심해 볼 만하다. 에이즈의 초기 증상은 열이 나고, 목이 아프며, 전신이 쑤시는 몸살이다. 구역ㆍ구토ㆍ설사ㆍ관절통과 함께 몸이 나른해지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임파선이 붓고, 피부에 붉은 반점이나 두드러기가 난다.

이런 증상은 특별한 치료가 없이도 1~2주 내에 저절로 좋아진다. 다른 일반 질병에서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혈액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

에이즈에 걸린 환자가 완치되긴 어렵다. 바이러스 균이 강해서가 아니라 인체의 방어시스템인 자가면역체계가 약해져 일반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서다. 다행인 것은 약제만 잘 선택해 복용하면 큰 무리 없이 살아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엔에이즈협회(UNAIDS)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에이즈 사망자가 크게 줄어들었고, HIV 감염자 수도 안정세를 띠고 있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약물이 몸 안의 바이러스를 전부 제거하는 건 아니지만 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건 사실이라는 얘기다. 

에이즈 질환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닌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다만 잘 모르는 상대와의 하룻밤은 아직도 남아 있는 사회적 편견과의 싸움에 도전하는 일일지 모른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penilee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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