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마음이 잔잔할 때 의사결정을 해야 실수가 없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CEO에게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의사결정능력이다. 결단의 순간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CEO가 의사결정의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 장수 위과는 진秦나라의 호랑이 같은 장수 두회와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그래서 위과는 어찌 하면 두회를 꺾을 수 있을지 궁리하는 게 일이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새벽녘에야 설핏 잠이 든 위과는 꿈결에 ‘청초파로靑艸波虜’라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하도 이상해서 해몽을 할 겸 이리 저리 탐문한 끝에 멀지 않은 곳에 ‘청초파’라는 언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해몽 결과 적장 두회를 청초파에서 포로捕虜로 잡는다는 의미가 나왔다. 위과는 바로 다음날 두회를 청초파로 유인해 전투를 벌였는데, 믿기지 않는 일이 생겼다. 그렇게 용맹스럽던 두회가 혼자서 비틀거리며 꼼짝을 못하는 것이었다. 도포를 입은 한 노인이 청초파 둑 위의 풀을 엮어 두회의 발을 묶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노인은 오직 위과의 눈에만 보였다. 그 틈을 이용해 위과는 두회를 잡을 수 있었고 큰 공을 세웠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 위과는 오랜만에 편한 잠을 잤는데 꿈속에 그 노인이 나타났다. “장군의 선친이 돌아가셨을 때 장군은 내 딸을 좋은 곳으로 개가시켜 준 은인이오. 나는 저 세상에서도 은혜에 보답하려고 벼르던 중 마침 기회가 돼 작은 힘을 보탠 겁니다.” 위과는 까맣게 잊었던 선친 위주가 돌아가실 때의 일이 생각났다. 본래 그의 선친 위주는 평생을 전장터에 나가 수많은 공을 세운 백전노장의 장수였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름답고 젊은 애첩이 한명 있었는데, 바로 조희라는 여자였다.

▲ [더스쿠프 그래픽]
선친 위주는 전장터에 나갈 때마다 젊은 애첩의 장래를 근심해 아들인 위과에게 이런 당부를 하곤 했다. “내가 혹시 싸움에 나가 죽으면, 조희를 착한 선비에게 개가시켜 행복하게 살게 해줘라.” 그런데 불행스럽게도 위주는 전장에서 죽지않고 늙어 병들어 집에서 죽었다. 위주는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혼미한 상태에서 조희에 대한 유언을 했다. “내가 무덤에서 외롭지 않도록 저 여자를 순장하여라.” 그러나 위과는 가족들의 반대에도 조희를 마음씨 좋은 선비에게 시집 보냈다.

위과는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유언을 충실히 지켰다. 어느 것이 진정한 아버님의 유언이겠느냐? 평생을 싸움터에서 보내신 아버님이 병들고 노망하시어 임종의 자리에서 혼미한 정신으로 하신 말씀이 진정한 유언이겠느냐? 아니면 평소 전장에 나가면서 맑은 정신으로 하신 말씀이 진정한 유언이겠느냐?” 사람은 24시간을 바쁘고忙, 근심하고憂, 화나고怒, 기쁘고喜, 슬프고悲, 두렵고恐, 심심한穩 상태를 보내게 된다. 의사결정이 90%의 정신적 배경과 10%의 객관적인 데이터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결정 당시의 정신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바쁠 때는 뭔가 빠트리는 실수가 생긴다. 근심이 많으면 비관적인 방법을 선택해 성공확률이 떨어진다. 화날 때는 과격한 방법을 택해 큰 실패를 초래한다. 기쁠 때와 슬플 때는 각각 이해를 따지지 못하거나 될대로 되라는 결정을 하기 십상이다. 두려울 땐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의사결정은 심심할 때 하는 게 좋다. 아무리 바쁘고, 근심이 생기고, 화나고, 기쁘고, 슬프고, 두렵지만 의사결정만은 심심한 때를 골라 하라는 얘기다.
김우일 글로벌대우자원개발 회장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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