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피죤 해법은 없나

▲ 피죤 노동조합이 1월 3일 서울 성북구 이윤재 피죤 회장 자택 앞에서 노동탄압 중단과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피죤 노동조합 제공]
사장의 평균 수명은 6개월이다. 회사 대리는 갑작스럽게 팀장으로 진급하고, 팀장은 대리로 강등된다. 최근 피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인사’다. 근로자 입장에선 부당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견제 장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일까.

# 2013년 10월 2일 피죤에 입사한 A대리. 그는 입사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은 10월 14일 팀장으로 진급했다. A대리는 국내식품업체에서 5년간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다. 반면 같은 날 피죤에서 9년 동안 근무한 B차장(팀장)은 대리로 강등됐다. 10월 14일 피죤 인사에 따라 팀장에서 대리로 강등된 직원은 B차장을 포함해 4명이다.

# 12월 19일 피죤의 지방 대리점(대전ㆍ전주ㆍ광주ㆍ대구ㆍ강원 등) 직원 18명은 서울과 부산으로 대기발령을 받았다. 서울과 부산에 연고가 없는 그들은 일주일에 한두번 집에 가서 옷가지를 챙기고, 나머지 날은 찜질방ㆍ모텔에서 잠을 자며 출근하고 있다.

2013년 10월 14일부터 12월 말까지 이뤄진 피죤의 ‘이상한 인사’다. 대리가 한순간에 팀장이 되고, 팀장은 대리로 떨어진다. 대전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갑자기 서울로 발령을 받아 출ㆍ퇴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장도 예외는 아니다. 2012년 12월 취임한 조원익 사장은 2013년 9월 해임됐다. 계약기간은 2년이었지만 9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이은욱 사장(2011년 2~6월)과 유창하 사장(2010년 2~5월)은 반년도 채우지 못했다.

피죤에서 이런 인사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죤 노동조합은 이윤재 회장의 경영 복귀와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윤재 회장은 2012년 8월 전직 사장 청부폭행죄로 가석방된 후 1년 공백기를 두고, 2013년 9월 사실상 경영에 복귀했다. 한달 후인 10월 14일부터 인사가 이뤄졌고, 인사 뒤에는 이 회장이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사측은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인사에 관여했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창업주로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사권은 대표이사인 이주연 부회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10월 원거리 발령 기준에 대해선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면 정체될 수 있다”며 “새로운 인력을 투입해 변화를 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피죤은 상장사가 아니다. 이 때문에 피죤은 경영상 투명성이 떨어지고, 이윤재 회장의 개인기업, 오너 일가의 가족경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피죤의 현 대표는 이 회장의 친딸 이주연 부회장이다. 감사는 2011년 10월까지 이 회장의 아내인 안금산씨였다. 인사 등 오너일가의 부당한 경영행위를 견제할 만한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저지른 피죤 전 사장 청부 폭행(2011년 12월ㆍ징역 10개월 선고), 회사돈 횡령(2013년 11월ㆍ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선고) 등 비리가 발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지수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상장사는 시장에서의 견제(소액주주 등)가 이뤄지는데 피죤은 비상장사”라며 “오너의 부당한 경영행위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게 피죤의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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