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소비세, 명품 위축시킬까

가뜩이나 비싼 ‘백’의 값이 더 오를 전망이다. 올해부터 200만원이 넘는 고가가방에 개별소비세가 부과돼서다. 한편에선 ‘명품 브랜드가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는 분석을 내놓지만 시장 분위기는 반대다. 값이 오르든 세금이 붙든 살 사람은 산다는 얘기다.

▲ 올해부터 200만원이 넘는 고가 가방에 개별소비세가 붙는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고가의 귀금속·시계 등에 부과되던 개별소비세가 고가 가방에도 붙는다.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이 200만원이 넘거나 국내 출고가격이 200만원이 초과하는 가방이 해당된다.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이 300만원짜리 해외브랜드 가방의 경우 200만원을 초과하는 100만원에 한해 20%의 개별소비세가 붙는다. 여기에 개별소비세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 교육세가 발생한다. 이들 세금을 모두 더한 가격에 부가가치세 10%를 매기기 때문에 고가의 가방일수록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높아진다.

국세청은 200만원이 넘는 해외 브랜드 가방이 매장에선 350만~400만원에 팔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가 라인이 많은 샤넬·에르메스·생로랑 등의 브랜드 가방 값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들 브랜드 제품은 대부분 300만원이 훌쩍 넘는다. 1월 9일 기준으로 샤넬 서프백의 백화점 판매가는 356만원, 클래식 캐비어 은장 미디움 사이즈는 612만원이다. 생로랑의 유명백인 카바시크백(라지 기준)은 354만원, 에르메스의 버킨백은 무려 1000만원이 넘는다. 루이비통, 프라다 같은 수입 브랜드도 수입신고가 200만원이 넘는 고가에 판다.

문제는 개별소비세가 적용되지 않는 시기에 수입된 상품이라도 가격이 함께 오를 수 있다는 거다. 생로랑의 한 매장 직원은 “개별소비세로 조만간 가방 가격이 오를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미리 사두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이들 해외 브랜드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염두하고 있다. 에르메스코리아 관계자는 “수입시기에 따라 동일한 제품의 가격을 다르게 매기기는 애매하다”며 “기존에 수입된 제품가격도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인상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현재 인상시기를 놓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수입해 들어올 신상품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까지 함께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개별소비세 부과결정으로 명품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고가 가방에 비싼 세금이 붙으니, 소비자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나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도 많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샤넬과 에르메스 같은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되레 늘었다”고 말했다.

▲ [더스쿠프 그래픽]
오세조 연세대(경영학) 교수는 “고가 브랜드는 브랜드 희소가치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충성고객을 겨냥해 명성가격(prestige pricing) 전략을 쓴다”며 “이는 새로운 디자인이나 소재 등을 바꿔 신상품을 내놓고 가격을 올리는 식의 전략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소득층같이 경기에 관계없이 신상품 구매 욕구가 큰 소비층에는 오히려 고가전략이 먹힌다”고 분석했다.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됐음에도 명품 브랜드가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격을 올리든 세금이 따라붙든 결국 살 사람은 산다는 얘기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EU FTA로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됐는데도 명품 브랜드의 가격이 올라가는 건 문제”라며 “초고가 해외브랜드가 콧대가 높은 건 샤테크(샤넬과 재테크의 합성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의 이들 브랜드 선호 경향이 높은 것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