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국내상륙설에 유통업계 긴장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국내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진출할지 조차 결정되지 않았지만 국내 유통업계는 벌써부터 긴장하는 눈치다. 아마존의 국내상륙을 기다리는 소비자가 워낙 많아서다. 아마존의 힘은 대체 뭘까.

▲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의 진짜 목적은 상품을 팔아 마진을 남기는 게 아니다. 시장 장악력을 키우는 거다.[사진=뉴시스]
지난해 5월, 글로벌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한국 법인 ‘아마존 코퍼레이트 서비시즈 코리아’를 설립했다. 1월 초엔 염동훈 전 구글코리아 대표를 신임 지사장으로 영입했다. 현재까지는 국내 기업에 데이터를 저장할 인터넷 가상공간을 빌려주는 ‘클라우드’ 사업만 진행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아마존,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에 진출을 두고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아마존의 국내 상륙소식은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알려졌을 당시와 비슷하다. 2011년 이케아가 국내 진출을 선언했을 때 국내 가구업계는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한샘·리바트 같은 국내 가구업체들은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복합매장을 오픈하는 등 이케아의 진출 소식과 함께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케아의 첫 정식 매장은 올해 말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하지도 않은 가구업체의 등장에 국내 가구업계 판도가 흔들렸다는 것인데, 이케아의 위상이 읽힌다.

▲ [더스쿠프 그래픽]
이케아가 세계 최대 가구 업체라면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상거래 업체다. 아마존의 2011년 매출은 북미 지역 온라인 소매업 분야 2~11위 기업의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아마존쇼핑몰(온라인닷컴) 회원수는 1억7000만명을 넘어섰고 한달 방문고객은 미국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억1000명에 달한다. 매출은 2012년 기준 610억 달러(약 6조4800억원)였다.

이런 아마존의 국내진출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듯하다. ‘소셜커머스 업체를 인수해 들어온다’ ‘국내에 물류와 온라인몰을 갖고 있는 대기업과 합자 형태로 들어온다’ ‘이름만 빌려줄 것이다’ 등 다양한 가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그렇다. 일단 아마존이 국내에 물류센터를 두고 직진출하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이 경우 1차적으로 국내 배송대행업체들이 영향을 받을 게 분명하다. 아마존 탓에 배송물량은 줄어들 것이고, 이는 매출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아마존의 해외직구(해외직접구매)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 배송대행업체 A사의 아마존 물량비중은 전체의 10%다. 아마존이 직진출하면 10%의 물량이 빠질 가능성이 있고, 그만큼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다. 소셜커머스 업계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최근 몇년 동안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건 G마켓·옥션 같은 오픈마켓의 매출을 뺏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이 진출하면 역으로 아마존이 소셜커머스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아마존닷컴은 자체적으로 ‘투데이딜’이라는 소셜커머스 형태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소셜커머스의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롯데·신세계·현대 같은 국내 유통업계도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아마존은 자체 물류센터(58개·2012년 기
준)를 활용해 재고·유통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미국 온라인 소매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다양한 상품군이 저렴한 가격에 국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면 유통시장이 재편되는 건 시간문제다. 요컨대 아마존은 달걀·딸기 같은 신선한 농산물과 육류를 온라인몰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프레시’ 서비스를 최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아마존 진출시, 유통업계 직격타

5 년 동안 미국 시애틀에서만 시범운영하던 서비스를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론칭했다. 아마존프레시는 3시간 단위로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을 해주는 데 신선식품부터 베이커리·육류까지 모두 온라인몰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국내 대형마트의 먹거리까지 노릴 수 있다.김석기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전 로아컨설팅 이사)는 “아마존이 국내에 본격 진출하면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배송대행업체 모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그만큼 아마존이 다루는 소매제품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아마존은 2012년 연말 세일 시즌 2600만개 상품을 팔아 치웠다. 당시 아마존에서는 1초당 306개의 물건이 팔려나가는 신기록을 세웠다. 아마존의 국내진출이 영향을 끼칠 업종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유통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콘텐트 사업’에 먼저 진출한 뒤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렇다면 아마존의 장기인 ‘전자책 시장’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 [더스쿠프 그래픽]
김석기 대표는 “단기적으로 보면 아마존의 브라질 진출 사례와 같이 책이나 영상 음악 등 콘텐트를 앱스토어 형태를 파는 식으로 등장할 수 있다”며 “이후 국내 물류 업체와 손잡고 온라인몰로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자책의 경우 콘텐트 수급 인력 채용, 한글 폰트 재정비 등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시장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진출이 쉬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전자책 서비스 전용 단말기 아마존 킨들의 일부 모델은 이미 한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진짜 무서운 건 ‘대인배 마인드’

하지만 아마존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거라는 주장도 많다. “제아무리 아마존이라도 국내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배송대행업체 한 관계자는 “아마존 미국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이 국내에서 바로 판매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나 독일에 아마존이 진출한 사례를 보면 각국에서 제품을 소싱하는 형태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은 국내에 진출한 이베이가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일 것”이라며 “사업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진출할지 우리도 들은 바 없다”며 “들어온다고 해도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소셜커머스 시장만 봐도 그루폰이 국내 빠른 온라인상거래 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3자 구도에서 밀려났다”며 “한국시장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물론 아마존이 국내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아마존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소비자’를 홀리기 충분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대인배’ 비즈니스 마인드가 강점이라는 것이다. 김석기 대표는 “아마존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처음부터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아마존의 영업이익률은 1% 남짓인데 이는 수익 대부분을 고객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2년 말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은 현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 마진율이 아니다.

잉여현금 흐름의 극대화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도 그렇다. 마진을 낮춰 잉여현금 흐름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잉여현금 흐름은 기업에 현금이 얼마나 순유입됐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마진을 포기하고라도 몸집을 불리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아마존이 시장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통큰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다.

▲ [더스쿠프 그래픽]
김도현 국민대(경영학) 교수는 “아마존은 애초부터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며 “매출 대비 수익이 낮은데도 주가수익률(PER)이 높은 건 회사 기대치를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의 ‘대인배’ 서비스와 복잡하지 않은 결제시스템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아마존의 진출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며 “아마존이 진출했을 때 국내 유통업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마존의 등장을 기다리는 국내 소비자는 수없이 많다.

아마존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소비자는 “아마존을 활용하면 없는 거 빼고는 모두 다 살 수 있다”며 “같은 제품이면 국내 온라인몰보다도 훨씬 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아마존 구매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한 결제방식”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인터넷뱅킹이나 온라인 결제를 하려면 공인인증서를 발급하거나 각종 보안프로그램을 깔기 위해 ‘액티브 X컨트롤’을 설치해야 하는데 아마존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세계 정복은 이미 시작됐다. 아마존은 당장의 마진에 연연하지 않는 쿨한 기업이다. 소비자도 열광한다. 아마존이 상륙하기도 전에 국내 유통업계가 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구책이 필요하다.


Issue in Issue | 아마존에 왜 열광하나
“연회비 8만원으로 고객 사로잡아”

미국 소비자에게 아마존은 독보적인 존재다. 대규모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프라임멤버십과 빠른 고객 서비스는 아마존의 최대 강점이다. 미국 미시건주 랜싱 지역에 거주하는 레베카 가와키는 “프라임멤버십에 가입해 아이들 장난감부터 옷까지 필요한 물건 대부분을 아마존에서 구매한다”고 말했다. 프라임멤버십은 연회비 79달러를 내고 아마존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프리미엄 회원제도다. 연회비가 다소 비싸지만 메리트는 확실하다.

▲ 아마존은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서비스 질을 높인다. 지난해 말에는 소형 무인기 드론을 이용해 주문받은 제품을 30분 안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사진=뉴시스]
1년 동안 횟수에 제한 없이 모든 구매상품을 이틀내 무료배송(미국 내)해 주고, 영화 무료다운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틀 내 무료배송 의미는 남다르다. 미국 백화점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배송 기간은 4~8일 정도(미국 지역 내 일반 배송 기준)고 평균 배송비는 7달러가량이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의 택배서비스는 하루 배송이 가능한 국내와는 다르다. 이 제도는 아마존의 충성고객을 창출하는 장치기도 하다.

아마존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프라임멤버십 구매 고객의 온라인 쇼핑몰 구매 1회당 발생하는 이익은 일반 회원 대비 33% 많은 5.14달러고 구매빈도는 2~3배 높다. 이들의 연간 쇼핑금액은 900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셋째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한 신규 회원수만 약 100만명이었다. 한달 동안 무료 가입이 가능해 크리스마스 세일 시즌이나 플랙프라이데이 때 일시적으로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탈퇴하는 이도 있다.

▲ 아마존의 장점 중 하나는 물류시스템이다. 사진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사진=뉴시스]
아마존이 프라임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자체 물류 시스템 덕이다. 아마존은 2012년 기준 미국 내 58개의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외부 판매자의 상품을 제외하고 자체 물류센터를 통해 직접 상품을 관리한다. 아마존의 또 다른 장점은 고객 서비스다.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제이시 영은 “아마존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피드백”라며 “상품질문뿐만 아니라 교환·환불 문의에도 빠르게 답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은 교환을 원하는 상품을 아마존 측으로 발송하자마자 교환제품을 발송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며 “3년 동안 프라임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단 한번도 나쁜 경험을 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다가 1년 전 한국으로 건너왔다는 직장인 박성원씨는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아마존의 계열사인 자포스에서 신발을 구매했는데 1년 안에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환불해 준다고 해 놀란 적이 있다”며 “아마존의 쿨(Cool)한 서비스는 겪어 본 사람이라면 아마존의 진출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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