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 스윙은 어깨·몸통·하체의 균형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사진=뉴시스]

스윙은 고지식할수록 좋은 결과가 나온다. 특정 부위에 힘을 가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연결돼야 한다. 어깨ㆍ몸통ㆍ하체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얘기다. 기본적인 스윙 원리를 알면 쉽게 자가 치료도 가능하다.

지난호에 약속한 대로 개념적인 스윙의 원리를 소개한다. 알아두면 유용한, 이를테면 가정용 상비약 정도로, 초기에 잘못된 스윙으로 레슨프로가 필요치 않는 ‘자가 스윙 치료법’으로 보면 되겠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상상한다. 2m쯤 되는 파이프를 지면에 단단히 박는다. 크기가 비슷한 원통 3개를 파이프에 얹는다. 가장 밑에 있는 원통은 고정시키고 가운데 원통 양면에 기름칠을 해 위 두 개의 원통은 손만으로도 쉽게 돌아가게 해 놓는다. 위 장치에서 가장 위의 원통(1)은 어깨, 중간(2)은 몸통, 아래 부분(3)은 하체로 대입한다.

골프 스윙은 1-2-3-3-2-1의 순서다. 시작(take away)은 (1)어깨를 돌린 뒤 (2)허리를 꼬며 (3)골반을 뒤틀면 백스윙의 정점(top of swing)이다. 다운스윙은 역순으로 마지막 동작인 어깨가 본래의 모습으로 풀어지면서 임팩트로 연결되면 스윙은 끝난다.

이 과정은 공학적으로도 이상적인 스윙 형태로 명백하게 입증된 상황이어서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보충설명을 하자면 몸의 중심을 관통하는 파이프가 박혀 있다고 상상해 뒤트는 동작은 좌우이동이 아닌 그대로 서 있는 상태에서 꽈배기처럼 꼬이는 것과 골반 이하의 하체는 뒤틀림이나 이동을 전혀 하지 말 것 등이다.

요즘 활약 중인 골퍼 가운데 이 스윙의 정석을 지나치리만큼 고지식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대표적인 골퍼는 신지애다. 어드레스부터 폴로스루까지 신지애의 연속 동작은 어깨 몸통 하체의 좌우 이동은 거의 없고, 순서대로 돌아가고, 꼬이고, 풀어준다.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연결되고 있으며, 어깨 몸통 하체 가운데 어느 쪽이 특히 힘이 가해지는지 판단하기가 매우 힘들다.
 
다음 주자인 박인비도 신지애 못지않게 고지식하게 보인다. 그 이전에는 박세리와 애니카 소렌스탐 등에게서 볼 수 있었다. 남자는 ‘스윙의 교과서’ 보비 존스의 사진에서 확연히 드러나 있고, 필자의 사견으로 이 시대에 위와 같은 스윙의 순서를 가장 충실히 지키는 골퍼는 타이거 우즈다.

이렇게 소개하면 주말 골퍼는 엄두도 못 낼 것처럼 보인다. 지금 잠시 의자에서 일어나 양팔로 어깨를 감싸고 시도해 보시라. 당신이 허리 디스크 환자가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1-2-3-3-2-1의 동작을 쉽게 할 수 있다. 타이거 우즈와 똑같은 동작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문제는 골프채가 쥐어졌을 때다. 수만, 수십만 번, 심지어 평생을 휘둘러도 도대체 스윙을 알 수가 없다는 사람이 많다.

실전 스윙을 했다하면 뒤로 벌렁 나자빠지거나, 발바닥이 돌아가거나, 오른발을 앞으로 내 디딜 정도로 체중 이동이 심한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현장에서 즉시 위와 같은 ‘스윙 체조’를 하라고 하면 하루 종일 반복한다 해도 나자빠지거나 휘청거리는 현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스윙은 어깨-몸통-하체의 균형이 조화를 이뤄야하는데, 팔을 휘두르는 속도는 타이거 우즈급이라도 하체가 부실하면 만취상태의 동작이 나오게 된다. 이에 대한 자가 치료는 말할 것도 없이 가장 약한 쪽에 기준을 두고 속도와 힘을 조절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빠르게 한다고 장타가 나는 것은 아니다. 어니 엘스 경우는 거의 슬로비디오 수준으로 이 단계를 이어가는데 거리는 300야드를 낸다.

여섯 단계 스윙 순서를 아예 스윙 방정식으로 여긴다면, 스마트폰으로 자기 스윙을 촬영했을 때 CT촬영결과를 분석하는 의사처럼 순서가 잘못됐거나, 빠졌거나, 겹쳤거나, 한쪽만 강조되는 등 한두 가지 이상의 잘못된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아는 것과 무턱대고 문제가 무엇인지 묻고 보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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