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잃은 돈 버블 키울 수도
투자처 잃은 돈 버블 키울 수도
  • 강서구 기자
  • 호수 80
  • 승인 2014.02.18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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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조원 돌파한 단기부동자금
▲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부동자금의 규모가 700조원을 돌파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투자처를 잃은 돈 ‘단기부동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투자심리는 위축된 반면 위험회피 심리는 강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기부동자금이 늘면 자산버블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별 일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얼마 전 중견기업에서 퇴직한 강영수(58)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 모아둔 자산과 퇴직금만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재테크로 돈을 불리고 싶지만 예금 금리는 너무 낮고, 주가 수익률은 저조하다. 연일 출렁이는 증권시장에 투자하는 게 불안하기만 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펀드는 투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고민 끝에 강씨는 퇴직금을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 두기로 했다. 적당한 투자처가 생길 때까지 투자를 미룰 생각이다.

강씨의 퇴직금처럼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부동자금이 700조원을 넘었다.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 ‘중국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만큼 투자심리는 위축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단기부동자금은 712조8858억원에 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늘어나기 시작한 단기부동자금은 지난해 6월말 700조2858억원으로 처음 700조원을 넘어섰고 이후 계속해서 70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단기부동자금 중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336조2255억원ㆍ이하 2013년 말 기준)이 가장 많고, 그다음은 요구불예금(125조9917억원), 6개월 미만 정기예금(78조1136억원), 현금(53조3162억원), MMF(44조2326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ㆍ36조4154억원), 증권사 투자자예탁금(13조9004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ㆍ9조8039억원) 등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요구불예금은 2012년보다 11.8%, 현금은 20.7% 늘어났다. 같은 기간 RP의 증가율은 41.5%에 달했다.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7.4%, CD 5.9%, 6개월 미만 정기예금 1.9%, CMA 0.6% 늘었다. MMF와 투자자예탁금만 3.3%, 18.6% 감소했다. 투자자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금 선순환 시스템 구축 필요

문제는 자금의 단기운용추세가 강해질수록 장기투자가 사라져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부동자금이 늘어난 만큼 투기적 자산 버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단기부동자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 질 수 있다”며 “게다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투자대기자금으로 언제든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부동자금이 늘었다고 해도 채권시장에서 자금유출이 이뤄지고 있고 주식ㆍ부동산 시장이 부진해 자산에 거품이 끼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의 의견은 다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경제규모가 두배로 커졌다고 단기부동자금도 두배로 늘어날 이유는 없다”며 “적지 않은 규모의 단기부동자금이 이곳저곳 떠돌면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상품의 금리와 수익률이 낮아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지하경제의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단기부동자금의 부정적 영향을 막으려면 자금의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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