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12.2%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수입차가 나만의 차가 아닌 남들도 운행하고 있는 차가 된다면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고, 판매도 늘지 않을 거다. 수입차 역시 ‘그것이 그것인 차종’으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BMWㆍ벤츠 등 독일 4사의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최근 3년 사이 수입차가 이룬 실적은 대단하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필자가 6년~7년 전 수입차 점유율 15%를 예상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 목표율이 멀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12.2%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15%를 넘어 2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의 판매 급증 이유는 여러 가지다. 획일화된 국산차를 벗어나 다양하고 나만의 차량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수입차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차량을 구매할 때 국산차만 보던 소비자가 수입차를 함께 놓고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입차를 살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진 것도 이유다. 수입차 업체는 다양한 구입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가 부담을 느낄 만한 비용을 초기에 낮췄다. 자유무역협정(FTA)도 가격을 낮추는데 일조했다. 수입차 업체가 다양한 중저가 차량을 수입해 중산층의 구입 욕구를 넓힌 것도 좋은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판단된다. 최근엔 수입차의 단점인 애프터서비스(AS)를 개선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돼 수입차 점유율이 올라갈지 궁금하다. 수입차가 나만의 차가 아닌 남들도 운행하고 있는 차가 된다면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고, 판매도 늘지 않을 거다. 수입차 역시 ‘그것이 그것인 차종’으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BMWㆍ벤츠 등 독일 4사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포드ㆍ닛산 등 나머지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국산차 대비 특화된 차별화 포인트가 없어서다. 그래서 국산차와 마찬가지로 수입차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

▲ [더스쿠프 그래픽]
문제는 고급 브랜드 역시 갈수록 차별화 포인트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포르쉐 카이엔이나 파라메라 기종과 레인지로버, 벤틀리 등 수입차 판매가 늘고 있다. 소비자가 수입차 고급 브랜드 사이에서도 더욱 차별화된 차량을 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입차 업계 선두를 다투고 있는 BMWㆍ벤츠ㆍ아우디도 향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체가 더욱 많은 기종과 틈새 기종을 수입ㆍ판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빈익빈에 속하는 일본업체나 미국업체는 더욱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FTA에 의한 관세 인하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쉽지 않다. 수입 프리미엄 기종처럼 특화된 요소, 국산차와는 차별화된 요소 두가지를 동시에 찾아야 한다. 국산차는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최후의 전쟁을 각오한다는 자세다.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상대적 강점인 무상 애프터서비스 기간을 늘리고, 낮은 부품비와 공임을 특화하며, 소비자를 배려하는 감동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강력한 판매 전략과 프로그램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점유율 20% 달성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15% 수준에서 무언가 장애물이 나타날 것이다. 올라가면 언제가 내려오는 법, 수입차도 계속 올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차 업체로선 이를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하는가가 관건이다. 지금의 움직임이 수입차와의 한판승부에서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취향을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