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록 코리아센터닷컴 대표

유통업계의 초침은 언제나 바쁘게 돌아간다. 경기에 민감할뿐더러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 유통업계의 ‘미다스’가 있다. 김기록 코리아센터닷컴 대표다. 불모지였던 온라인 쇼핑몰 시장을 활짝 열었던 그는 지금 ‘해외직구’의 복판에 서있다. 해외직구 사이트 ‘몰테일’을 통해서다.

▲ 김기록 대표는 해외직구의 지평을 연 주인공으로 손꼽힌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해외직접구입(해외직구)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외사이트를 이용하면 절반 이상 싸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해외배송대행업체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해외직구 열풍은 일어나지 않았을 게다. 배송비가 비싸면 제품을 싸게 구입해 봤자 말짱 도루묵이라서다. 2000년 임대형 쇼핑몰 솔루션 제공업체 코리아센터닷컴을 창업한 김기록 대표는 배송대행업체를 활성화한 주인공이다. 2007년 그는 미국에 자회사 메이크샵앤컴퍼니를 세우고 사무실을 임대했다.

한국 쇼핑몰 업체의 해외진출을 도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장애물이 많았다. 미국 내 높은 배송비가 특히 문제였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도 발목을 잡았다. 내수시장이 침체됐기 때문이다. 그로선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때 김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으니, 미국시장에서 값싸게 팔리는 공산품이었다. 이 공산품을 국내에 싸게 배송할 수 있다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 같았다.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의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하게 만들자. 나는 배송을 대신하겠다.”

김 대표는 2009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물류센터를 세웠다. 같은해 8월 ‘몰테일’이라는 해외배송 대행사이트를 오픈하고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소비자가 해외유통채널에서 제품을 구입하고, 배송업체를 직접 결정하는 ‘해외직구 시스템’이 구축되는 순간이었다.

✚ 해외직구에 빠진 소비자가 많다. 배송대행사이트 몰테일이 해외직구 열풍을 선도했다는 평가가 있다.
“몰테일 전에 배송대행 관련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영세업자 위주였다. 해외직구 정보를 공유하는 채널도 거의 없었다. 몰테일을 통해 배송대행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해외직구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본다.”

✚ 2007년 미국에 진출했을 땐 ‘배송대행 서비스’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한국 쇼핑몰의 미국 진출을 도울 요량으로 법인을 세웠다. 그런데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통에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서비스든 해야 할 상황이었다.”

 
✚ 생존을 위한 돌파구로 배송대행 서비스를 선택한 건가.
“맞다. 지금으로 말하면 역직구를 생각한 거다. 당시 미국시장에서 팔리는 공산품 가격은 상상 이상으로 저렴했다. 이를 한국 소비자에게 싸게 팔 수 있도록 제품을 배송하면 괜찮겠다 싶었다.”

역발상으로 ‘해외직구’ 도입

✚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나.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공산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해외직구가 이렇게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

✚ 당시만 해도 해외직구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지 않았나. 구매대행업체도 엔조이뉴욕, 위즈위드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맞다. 구매대행업체는 구매는 물론 배송까지 해준다. 때문에 수수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우리는 ‘비싼 수수료’를 틈새로 생각했다. 구매는 소비자가 직접 하도록 하고, 배송만 도와주면 수수료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를 위해 고객에게 개인 사서함을 하나씩 제공했다. 회원들에게 자신만의 미국 주소를 제공한 거다.”

✚ 배송만 해준다? 개념 자체가 모호했을 것 같다.
“처음에는 하루 1~2명 정도가 이용했다. 월 평균 6000건 정도 배송물량을 예상하고 LA에 물류센터를 열었는데, 너무 크게 만들었나 싶었다.”

✚ 언제부터 사업이 성장세를 탔나.
“2012년 초부터 배송 물량이 가파르게 늘어난 거 같다. 몰테일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0년 초다.”

✚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사업 초기에는 얼리어답터를 타깃으로 삼고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제품을 제공하는 전략을 썼다. 당시 아이패드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아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때 미국 전역의 애플숍을 수소문해 제품을 공수했다. 이때 ‘몰테일=아이패드1’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커뮤니티도 한몫 한 거 같다. 큰돈 들이지 않고 홍보효과를 누리지 않았나.
“한 포털사이트에 있는 카페를 말하는 건가. 사업 초반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해외직구를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 [더스쿠프 그래픽]
✚ 현재 몰테일 카페는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10위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 카페에 들어가면 해외직구 정보는 물론 ‘핫딜’ 정보가 실시간으로 뜬다.
“지금은 사용자들이 알아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한다. 우리는 이들에게 배송비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해 이들을 격려하는 역할 정도만 한다.”

✚ 최근 몇년 동안 블랙프라이데이가 이슈가 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해외직구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보나.
“관련이 있다. 특히 가격면에서 그렇다. 아이들 옷은 국내가격의 10분의 1 정도에 살 수 있다. 국내에서 450만원가량 하는 스마트TV(65인치)는 1000달러(약 107만원)가 채 되지 않는 가격에 구입 가능하다. 해외배송요금에 관세까지 합쳐도 약 150만원 정도다. 3D 등 일부 기능이 없지만 같은 사이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차가 크다.”

✚ 국내 브랜드 TV를 해외직구로 구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 많은 소비자들이 해외직구에 뛰어든 것도 가격 때문으로 보인다.
“양쪽 측면에서 봐야 한다. 기업이나 유통업체는 건물임대료·권리금 등 운영비용이 만만치 않고, 이것이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제품가격이 비싼 건 사실이다.”

해외직구, 가격만큼 서비스도 중요

✚ 최근 항공업체들이 ‘해외배송’ 물류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쟁상대가 될 수 있겠다.
“한진은 2~3년 전쯤 ‘이하넥스’라는 브랜드로 해외배송·구매대행 시장에 진출했다. 대기업 자회사로 얻는 이점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고처리, 서비스 등 사후처리 부분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배송대행업체라고 해서 ‘배송’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 몰테일은 서비스의 질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객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한국으로 배송된 제품 중 잘못 전달되거나 파손된 물품은 대부분 전액 보상한다.”

✚ 그래서 배송비가 비싼 건가. 배송료가 조금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대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전담보상팀을 두고 배송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배송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항공사의 운송과정에서 발생한 건지 국내 운송과정에서 생긴 문제인지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다. 하지만 일단 고객에게는 보상부터 해주고 문제를 규명한다. 배송스케줄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운송료가 비싸지만 국내 화물기를 고집하는 것도 이유다.”

✚ 재고는 어떻게 처리하나.
“한달에 들어가는 재고처리 비용으로만 월 2000만원 이상 들어간다. 지금 얘기를 나누고 있는 회의실 앞에 걸려 있는 스마트TV도 보상처리 후 수리해 사용하고 있다. 바자회를 열어 남은 재고를 처리하기도 한다. 수익금은 모두 기부에 쓴다. 지난해 6월 홍대에서 연 바자회로 얻은 수익 1500만원은 희귀난치병어린이돕기 희망 치료비 성금으로 썼다.”

✚ 현지 배송 물류센터에서 주문한 물건이 오면 정밀검수를 하지 않나.
“정밀검수를 한다고 해도 일부 제품의 파손이나 손상을 100% 막기는 어렵다. 제품 중 일부는 파손되거나 잘못 전달된다. 신발 제품의 경우 짝짝이로 오기도 한다.”

아마존 국내 진출 오히려 ‘기회’

▲ [더스쿠프 그래픽]
✚ 몰테일이 최근 독일에도 진출했다. ‘독일’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전 세계 다양한 제품의 배송하려면 유럽 진출이 필요했다. 영국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인터넷·물류·상품 등 여러 측면을 고려했을 때 독일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가전제품, 주방용품의 유명 브랜드도 독일제다. 패션·잡화강국 미국과 비교해 상품도 차별화돼 있어, 매력이 있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독일 배송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1500여건이던 독일 배송대행 주문건수는 지난해 12월 4000여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몰테일은 미국 뉴저지·델라웨어·캘리포니아 3곳과 독일·중국·일본에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이들 국가의 물류센터에 배치된 인력만 200명이 넘는다.”

✚ 앞으로 해외직구는 더 늘어날 거로 보인다. 특별히 준비하는 부분이 있나.
“현재의 방식은 해외사이트에 소비자가 직접 제품 구매를 하고 몰테일에 배송신청을 따로 해야 한다. 하지만 구매시점부터 몰테일을 배송지로 선택하는 옵션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일본의 오픈마켓 같은 라쿠텐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쇼핑몰과의 제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김기록 대표는 지난해 사내 도서관을 만들었다. 직원들이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대부분 구입해 주고 있다.
✚ 올해부터 신용카드 해외구매액이 500만원이 넘어가면 관세청에 신용카드 정보가 넘어간다고 들었다. 고가 가방에 대한 개별소비세도 부과된다. 해외직구에 장애요소가 되지 않을까.
“별 관계 없을 것으로 본다. 배송대행업체를 통해 구매하는 것 자체가 합법적인 구매다. 상품 금액과 배송료 등에 따라 관세를 지급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내에 제품을 들여온다. 고가가방에 붙는 개별소비세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기존 유통업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여전히 저렴해서다.”

✚ 아마존이 국내에 직진출하면 배송대행 업체가 피해를 볼 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현재 아마존의 글로벌 진출 형태를 보면 국내 로컬 시장에서 제품을 소싱해 파는 형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형태로 진출할 거로 본다. 아마존이 미국 상품을 국내에 직접 판다고 해도 관건은 얼마나 저렴한 가격에 국내로 배송할 수 있냐는 거다.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우리에겐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

✚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아직은 반쪽짜리 서비스다. 국내 쇼핑몰 제품을 해외시장에 유통시키는 게 남은 반쪽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물론 처음 계획했던 미국시장 진출도 밀어붙일 계획이다.”

Issue in Issue

“모바일 쇼핑몰로
제2의 창업시장 연다”

2000년 코리아센터닷컴을 설립한 김기록 대표의 핵심무기는 ‘메이크샵’이었다. 메이크샵은 임대형 온라인 쇼핑몰 솔루션의 이름이다. 이 솔루션을 사용하면 누구든지 쉽게 쇼핑몰을 개설할 수 있다. 월 5만원만 내면 쇼핑몰 구축부터 운영·마케팅 서비스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 현재 2만4000개에 달하는 쇼핑몰이 메이크샵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김 대표에게 메이크샵을 이용하는 쇼핑몰의 지속적 성장은 중요한 이슈다. 그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을까.

✚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어떤가. 예전처럼 쇼핑몰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난 거 같은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쇼핑몰 중에서도 억대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다. 관건은 차별화된 아이템이다. 똑같은 의류라고 하더라도 카테고리를 세분화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쇼핑몰이 중국에서도 잘나간다고 들었다.
“여성복 전문 쇼핑몰 ‘파티수’ 같은 경우 중국에서만 억대 매출을 올린다. 웹사이트에 중국어 지원을 하긴 하지만 별다른 홍보를 하지도 않고도 그만한 매출을 올린다.”

✚ 중국에 진출한 한국 쇼핑몰이 많은가.
“일반적으로 현지 오픈마켓 등을 통해 제품을 파는 판매자 형태로 진출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카피나 도용의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쇼핑몰의 상표권을 도용하거나 제품을 카피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국내 쇼핑몰은 자신의 브랜드를 내세워 중국에 진출해야 한다. 이들 콘텐트의 경쟁력은 이미 충분하다.”

✚ 요즘은 모바일이 트렌드 아닌가. 온라인쇼핑몰은 어떤가.
“모바일 시장의 성장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메이크샵 솔루션을 사용하는 쇼핑몰 거래액만 보면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의 20% 정도다. 향후에는 50% 정도까지 성장할 거로 보고 있다. 우리 역시 모바일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 모바일 쇼핑몰이 새로운 창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메이크샵도 새로운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현재 모바일 쇼핑몰 솔루션 마이소호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누구나 모바일 쇼핑몰을 오픈해 창업에 뛰어들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 1990년대 말 향수쇼핑몰을 운영했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온라인 쇼핑몰은 200개 정도가 고작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이 ‘기회’였다. 이제 새로운 기회는 모바일 쇼핑몰에 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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