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의 ‘초심 출사표’

토종 커피브랜드 ‘카페베네’로 성공신화를 썼던 김선권 대표가 기로에 서있다. 그의 사업다각화 전략이 수렁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초심’으로 돌아와 카페베네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는 사업다각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진 못했다.[사진=뉴시스]
서울 강남역에서 도보로 4분 거리에 있는 금싸라기 상권.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던 마인츠돔이 오픈 1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지난해 2월 문을 열었던 마인츠돔 강남점은 올 2월 초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2월.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는 고급제과점 마인츠돔 13개 매장과 생산설비를 인수했다. 그리곤 서울 강남역에서 도보로 4분 거리에 있는 금싸라기 상권에 ‘마인츠돔 강남점’을 열었다. 베이커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출사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오픈 당일 카페베네 홈페이지에는 마인츠돔 오픈을 알리는 공지사항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2월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제과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이 깊다. 당시 동반위는 인수·합병(M&A)이나 커피전문점에서 제과점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방식의 시장 진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빵집 전쟁은 결과적으로 김 대표를 옥죄는 ‘목줄’이 된 것이다. 막상 매장을 오픈하고도 조용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외식사업에서도 발목이 잡혔다. 제과업종에 이어 외식업종까지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포함된 것이다.

김 대표가 2011년 11월 서울 강남에 오픈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블랙스미스’가 여기에 해당됐다. 블랙스미스는 론칭 초기 김태희·송승헌·박유천 등의 톱스타를 내세우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4월 초에는 87개까지 매장수를 늘렸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외식업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신규 출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새롭게 오픈한 블랙스미스 매장수는 1개뿐이다. 기존 매장 일부가 폐점하면서 현재는 56개(2월 27일 홈페이지 기준)까지 매장수가 줄어들었다.

신사업 실패는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페베네의 영업이익은 2011년 156억원에서 2012년 6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13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0억원이다. 반면 부채는 2011년 654억원에서 2012년 1499억원, 지난해 3분기 기준 1505억원까지 치솟았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해외사업과 기존 물류센터의 확장 이전에 들어간 투자금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정부규제의 희생양’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창업 전문가는 “김 대표가 기존 브랜드(카페베네)를 키울 생각을 해야 하는데 신사업에 뛰어드는 데만 열중했다”고 꼬집었다.

무리한 사업다각화, 결과는…

실제로 김 대표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힘을 쏟았다. 결과가 좋았더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무엇보다 2012년 8월 마인츠돔 강남점이 있던 자리에 드러그스토어 디셈버24를 열었다가 5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 2월에는 복합휴게시설 하남 하이웨이파크 민자유치개발사업자로 참여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업무협약까지 맺었지만 무산됐다.

▲ [더스쿠프 그래픽]
이런 실패 때문인지 김 대표는 최근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중순 카페베네의 외식사업(블랙스미스·마인츠돔)을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 비앤에스 에프앤비(B&S F&B)로 떼어낸 후 지난해 말에는 지분 50%를 정리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본업(카페베네)’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아울러 카페베네를 앞세워 해외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중국·필리핀·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일본 등 9개 국가에서 204개 카페베네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브루나이·싱가포르에서도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미주법인, 글로벌법인에서 근무할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현재 카페베네는 미국시장 진출 2년 만에 뉴욕 타임스퀘어점을 비롯한 9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현재 60호점까지 계약이 체결됐다. 카페베네는 관계자는 “미국 1호점인 타임스퀘어점 같은 경우 660㎡(약 200평) 대규모 매장에 북카페 형태로 진출했는데 현지에서 반응이 좋다”며 “경쟁력이 없었다면 60호점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08년 오픈한 카페베네 국내 매장수는 900개가 넘는다.[사진=뉴시스]
이런 전략이 시장에서 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 유통 전문가는 “유럽의 유명 카페들이 진출해 경쟁이 치열한 미국 같은 선진국 시장에선 특별한 정체성이 없는 카페베네가 흥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저성장 국가에서는 어느 정도 먹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단 국내시장에서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첫째 이유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 100개 이상, 매출액 500억원 이상인 국내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기존 가맹점에서 ‘500m 이내 신규출점규제안’을 발표했다.

규제 대상에 포함돼는 카페베네로선 더 이상 가맹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기 어렵게 된 거다. 카페베네는 100%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 커피빈 등과 달리 대부분 매장이 가맹점으로 운영된다. 현재 900개가 넘는 매장 중 직영점은 20개에 불과하다. 이제까지 카페베네는 가맹점 계약을 통한 인테리어와 초도 물품, 경영지원 서비스를 판매 등을 통해 많은 수익을 냈다. 신규 출점을 하지 못하면 당연히 먹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카페베네로 해외시장 개척에 ‘올인’

▲ [더스쿠프 그래픽]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카페베네의 프랜차이즈사업 매출은 올해 3분기 들어서 376억원으로 전년 동기(557억원) 대비 40% 가까이 떨어진 게 이를 증명한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2012년 초부터 목표 매장수를 설정해 발표하지 않았다”며 “이때부터 가맹 수익보다는 기존 매장의 수익을 높이는 쪽으로 사업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물류 공급 확장을 통해 가맹점과 본사의 마진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경기도 양주에 물류센터를 확장 오픈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역시 미지수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그만한 ‘투자’를 담보해야 해서다.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만 봐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김 대표라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커피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과거 전적이 있어서다. 김 대표는 한때 ‘커피시장’의 신화로 통했다. 별다방(스타벅스), 콩다방(커피빈)이 양분하고 있던 커피시장의 판도를 토종브랜드로 뒤흔들어놨기 때문이다. 커피바람을 일으킨 주인공도 사실은 김 대표다. 그런 그가 지금 기로에 서있다. 운명의 시계는 초침을 돌리기 시작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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