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하 한샘 회장

 연매출 43조원의 ‘가구공룡’이 국내시장에 상륙한다. 이케아다. 하지만 국내 가구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케아 진출에 대비해 오랫동안 ‘체질개선’을 꾀한 국가대표 가구업체 ‘한샘’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한샘의 ‘비장의 카드’를 살펴봤다.

▲ 최양하 한샘 회장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그에게 넘어야 할 산이 생겨서다. 이케아다.[사진=뉴시스]
#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IKEA)가 올 4분기 경기 광명점을 시작으로 경기 고양, 서울 고덕동에 차례로 매장을 열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이케아 코리아(한국법인)는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3월 12일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 한 갤러리에 이케아 제품을 전시하는 헤이홈(Hej HOME!)이라는 체험관을 오픈한 것이다. 이케아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른 이들에게 관련 소식을 뉴스레터 형식으로 알리기도 했다. 오랜 침묵을 지키던 이케아가 1호점 오픈을 앞두고 홍보에 나선 것이다.

# 이케아가 팝업스토어를 열기 6일 전인 3월 6일 최양하 한샘 회장은 서울 강서구 등촌로 목동역 인근에 연면적 5680㎡(약 1700평),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의 대형 플래그숍(6호점)을 열었다. 이 대형직매장을 두고 한편에선 “이케아 광명점’을 의식해 오픈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그럴 법도 했다. 이 플래그숍이 이케아 광명점과 불과 12㎞ 떨어진 곳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대형 플래그숍 매장이라는 점도 이케아 광명점과 대비됐다. 하지만 ‘한샘이 이케아를 의식했다’는 건 사실과 거리가 멀다. 2009년 9월 잠실점을 오픈한 한샘은 대형 플래그숍 매장 오픈을 계획했고, 그 위치를 일찌감치 목동쪽으로 결정한 상태였다. 이처럼 이케아의 국내상륙은 국내 가구업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가구업체 1위 한샘엔 더욱 그렇다.

▲ [더스쿠프 그래픽]
국내 가구시장은 B2C(기업대소비자) 시장과 B2B(기업대기업·건설사 특판)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맞춤형 가구사업인 특판은 한번에 많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건설 경기에 휘둘리고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제살만 깎아먹기’ 십상이다. 사업에 뛰어들어도 손에 쥘 수 있는 마진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2000년초부터 건설사 특판을 줄인 최양하 한샘 회장은 2012년 B2B 비중을 10%대로 낮췄다.

가구업체가 B2B 물량을 줄이는 건 어쩌면 모험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B2C 시장에 먹을거리가 풍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B2C 시장에서 브랜드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브랜드 업체 입장에서 보면 80%가 잠재고객인 셈이다. 하지만 최 회장에겐 부담이 있었다. ‘이케아의 진출’이었다. 아케아가 국내시장에 상륙하면 ‘잠재고객 80% 잡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케아의 핵심 경쟁력은 ‘가격’이다. 이케아의 연차 보고서에 ‘저가(Low Price)’라는 표현이 수없이 등장할 정도다. 비결은 ‘DIY(Do it Yourself) 가구’, 다시 말해 완제품이 아닌 조립식 가구에 있다. 여기에 제품가격을 낮추기 위해 전세계 협력업체 1046곳과 계약을 맺고 제품 9500여개를 생산·판매한다. 협력업체 중 가장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업체에만 주문하는 게 이케아의 생산방식이다. 이케아의 가구가 저렴한 이유다.

“가격경쟁력 키워야 산다”

B2C 시장에 뛰어든 최 회장으로선 가격경쟁력 등 체질개선에 힘을 쏟았다. 최근 한샘이 국내외 협력업체를 늘리고 물류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가절감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전용상품을 늘리고, 오프라인 핵심제품의 10~20%를 이케아 가격과 비슷하게 맞추겠다는 플랜도 세웠다.
최 회장은 저가시장 공략을 위해 이전부터 온라인 사업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샘의 온라인 매출은 2009년 279억원에서 지난해 1000억원가량으로 껑충 뛰었다.

이 회사 온라인사이트인 한샘몰 방문객수는 월평균 150만명에 달한다. 2009년 5월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내놓은 ‘샘책장’은 월 최대 4만5000개가 팔려 나가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샘책장으로 시작한 ‘샘’은 이제 한샘의 온라인 수납전용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최 회장이 꺼내든 카드는 또 있다. 타깃별로 유통채널을 다각화하는 거다. 대형 직매장(플래그숍)을 통해 B2C 시장을 공략하는 게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2011년 11월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래그숍(부산센텀점)을 오픈했다.

연면적 2만3600㎡(약 7100평)에 매장 면적 8500㎡(약 2500평)로 지하 1층~지상 4층 공간엔 100여개의 콘셉트룸이 있다. 콘셉트별로 다양한 가구를 전시하는 한편 가구·커턴·조명 등의 인테리어 제품을 모두 선보여 원스톱 인테리어 쇼핑이 가능하다. 이런 전략은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한샘의 대형 직매장(플래그숍) 매출은 2009년 583억원에서 2012년에는 1230억원으로 110% 증가했다. 특히 부산센텀점 매출은 2012년 345억원에서 2013년 425억원으로 늘었다.

5개 플래그숍에서 거둔 매출은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최 회장이 수도권과 전국 광역시에 20여개 플래그숍을 오픈할 계획을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 대리점도 대형화를 꾀하고 있다. 2011년부터 전국 200여개 부엌가구 대리점 중 약 15개 점포를 660㎡(약 200평) 이상, 2012년부터 전국 80~90개 인테리어 가구 대리점 중 15개가량 점포를 990㎡(약 300평)~1650㎡(약 500평)로 확장했다. 이 역시 알찬 결실을 맺고 있다. 부엌대리점 매출은 2009년 970억원에서 2012년 1.78배가 됐다.

2차 서비스, 한샘만의 경쟁력

타깃을 구분한 유통전략도 눈에 띈다. 이케아는 ‘저가’ 제품을 주력으로 하지만 최 회장은 프리미엄 고객과 중저가 고객을 구분해 공략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한샘의 전공인 부엌가구에서 이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중저가 브랜드인 ‘ik(인테리어 키친)’와 고급 브랜드인 ‘키친바흐’를 나눠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어서다. 지난해 부엌가구 매출은 3552여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어났다.  이처럼 이케아와 비교했을 때 한샘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 3월 5일 한샘 플래그숍 목동점 오픈 기념 행사를 열고 매장을 둘러보는 최양하 회장.[사진=뉴시스]
매장에서의 일대일 컨설팅, 설치기사 방문, 애프터서비스 등 2차 서비스도 한샘이 우위에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들이 “이케아가 들어와도 한샘의 벽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샘의 이런 장점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일대일 컨설팅, AS시스템 등은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어서다. 최 회장과 한샘의 앞길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 가구공룡 이케아에 맞서 국내 가구업체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까지 떠안고 있다. 한샘과 이케아의 싸움은 벌써 시작됐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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