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진출기업 임금상승에 시름

동남아 지역의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국내 제조업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생산비가 올라가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글로벌 경기가 아직 ‘침체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일부 제조업체들이 ‘동남아 엑소더스’를 서두르는 이유다.

▲ 동남아 지역의 임금이 크게 상승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어려움에 빠졌다.[사진=뉴시스 제공]
동남아 지역의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다. 베트남 정부는 올 1월 하노이·호찌민 등 주요 도시의 최저임금을 14~17% 올렸다. 앞으로 5년간 최저임금 수준을 배 이상 늘린다는 플랜도 내놨다. 말레이시아는 외국인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최근 격렬한 임금투쟁이 벌어진 방글라데시는 최저임금의 수준을 월 38달러에서 월 68달러로 인상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아직 부족하다’며 100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이 잇따라 임금을 인승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제조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특히 주문자상표부착(OEM) 의류업체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노동집약 산업인 의류업은 인건비 비중이 유독 높기 때문이다. OEM 의류업체의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5~30%에 달한다. 낮은 임금을 찾아 방글라데시·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OEM 의류업체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니클로·자라·H&M 등 글로벌 브랜드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한세실업의 생산기지 중 49%는 베트남, 28%는 인도네시아에 있다. 나이키·노스페이스 등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OEM 생산하는 영원무역의 생산기지도 방글라데시 66%, 베트남 13% 등 대부분 동남아에 있다. 최민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공장 임금이 평균 30% 인상되면서 연초 주가흐름이 약했다”며 “결론적으로 영원무역의 올해 방글라데시 임금 인상분이 판매가격에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더스쿠프 그래픽]
끝나지 않은 임금인상 이슈

한세실업의 상황도 영원무역과 다를 게 없다. 최 연구원은 “한세실업의 주요 생산기지가 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임금 상승률은 각각 14%, 15% 수준”이라며 “영원무역의 주요 생산지역인 방글라데시(30% 임금인상)보다는 높지 않지만 인건비 비중(24%)이 높아 영업이익률 손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노동자의 인권 문제가 대두된 동남아 지역에 임금인상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영원무역은 올 초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일어난 노동자 시위로 곤욕을 치렀다.

최저임금 인상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조정된 임금체계를 오해한 일부 근로자가 시위를 벌인 것이었다. 한세실업·영원무역·신성통상 등의 생산공장이 있는 베트남은 2012년 노동관계법을 전면 개정한 뒤 초과근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동남아를 떠나려는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다음 생산기지는 중동이나 남미가 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의 임금 상승과 노동자 파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어려움 때문에 몇몇 업체는 중동·남미지역에 공장부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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