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M&A의 빛과 그림자

▲ 증권업계 불황의 영향으로 인수‧합병(M&A)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대형증권사의 인수ㆍ합병(M&A)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장의 관심은 증권업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이뤄진 M&A가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에 쏠려 있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M&A가 이뤄진 증권사 가운데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ㆍ합병(M&A)시장에 나왔던 대형증권사의 매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동양사태’를 이유로 매물시장에 등장했던 동양증권은 대만 유안타元大 증권에 매각됐다. 3월 13일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셜이 보유했던 동양증권 지분 27.06%의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현재는 금융당국에 대주주적격성 심사와 변경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매각금액은 12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M&A도 마무리 단계다. 우리금융지주와 농협금융이사회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ㆍ우리아비바생명ㆍ우리금융저축) 매각을 승인하고 SPA를 체결했다.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매각금액은 1조500억원 수준이다.

대형증권사의 M&A의 마무리 단계 진입으로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합병절차와 합병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쏠리고 있다. 동양증권은 사명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동양사태로 생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사명 변경을 원하는 직원이 절반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증권은 유안타 증권으로의 매각을 통해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서명석 동양증권 사장은 3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안타증권으로의 인수계약 체결은 동양증권이 시장의 신뢰와 영엽력을 조기에 회복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잠재적 재무리스크가 해소돼 신용등급이 상승하고 영업정상화가 앞당겨질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합병에 앞서 이뤄질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노동조합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매각 초기부터 1000여명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소문이 떠돌았고 현재는 300~400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의 구조조정 계획에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하며 반발했다. 다행히 농협금융지주와의 협의로 5월 8일로 계획된 파업은 철회됐지만 갈등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M&A의 효과도 문제다. 증권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M&A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M&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60여개의 증권사가 사실상 똑같은 영업을 하며 시장을 나눠먹기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불황으로 수익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M&A로 덩치를 키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시너지 없는 증권사 M&A

과거 증권사의 M&A 사례를 살펴봐도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었다는 의견이다.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이 아닌 주인 바꾸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의 M&A는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과 풍부한 자본력을 지니고 있는 은행을 주체로 이뤄졌다. 제조업체의 증권사 M&A는 사업 다각화를 명분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찾지 못했고 기존의 증권사와 같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만 집중해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같은 금융업인 은행계 금융지주도 증권사 M&A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은행과 증권사의 문화적인 차이 때문이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익창출보다 위험관리를 우선으로 하는 은행은 보수적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증권사는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며 “같은 업종이지만 경영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경영풍토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은행과 증권사의 M&A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대형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지명도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지명도는 금융사의 순위에 영향을 받는다”며 “M&A를 통해 시장점유율과 지명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기 때문에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M&A가 이뤄진 6개 증권사의 결과를 살펴봐도 큰 시너지 효과는 없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신한금융투자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KB투자증권ㆍNH농협증권ㆍHMC투자증권ㆍ하이투자증권의 M&A 효과를 분석했을 때 큰 시너지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시장점유율에서는 변동이 있었지만 수익성과 수익다변화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KB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시장점유율이 다소 상승했지만 나머지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브로커리지 비중의 개선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6개의 증권사 가운데 브로커지리 비중이 크게 감소한 곳은 NH농협증권 1곳에 불과했다. M&A를 통해 브로커리지 의존도가 개선되는 효과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국내 대기업이 인수한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대형사로 성장한 증권사는 전무했다. 6개의 증권사 가운데 M&A의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는 곳은 신한금융투자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02년 굿모닝증권사를 신한금융그룹이 인수해 굿모닝신한증권으로 합병했다. 2001년 511억원으로 업계 9위였던 순이익은 2013년 기준 746억원을 기록 업계 3위로 성장했다.

장효선 연구원은 “신한지주는 굿모닝증권을 인수한 이후 PF투자 부담을 감수하고 계속적인 증자를 집행했다”며 “최근에는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자산관리 은행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을 증권투자로 연결하는 효율적 전략 수립이 가능해졌다”며 “M& A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주주의 일관된 지원과 인내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M&A 성공사례 찾기 어려워

또 다른 증권사 M&A의 성공사례는 한국투자증권을 꼽을 수 있다. 2005년 동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지분 100%를 5462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한국투자증권과 동원증권을 합병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주식중개 업무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동원증권과 자산관리에 강점을 지닌 한국투자증권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증권업계는 한국투자증권이 M&A의 시너지 효과가 제일 잘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5년 4321억원이었던 자본총계는 2013년 3조1072억원으로 성장했다. 또한 3년 연속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하고 있다. M&A 이후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다른 사업부문의 합병과 인력누출이 적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M&A의 가장 좋은 예”라며 “합병 당시 우수한 인력의 누출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업의 경우 우수한 인력이 가장 큰 자산이다”며 “합병시 발생할 수 있는 인력 누출을 막은 것이 유효했다”고 전했다. M&A는 단기간에 증권사의 지명도와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인력확보와 조직통합 등 제대로 된 전략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덩치만 키우는 M&A에 나설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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