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원의 종잣돈 만들기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가 있다.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수차례 독촉했지만 요지부동. 그는 소송을 걸었다. 그게 만병통치약인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소송에선 이겼지만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채무자가 ‘파산면책’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 민사소송은 보상이 목적이다. 하지만 소송은 최후의 수단이지 필수가 아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의도치 않게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사람이 모이면 분쟁이 일어나게 마련이라서다. 소송은 법원에 법률적인 판결을 요구하는 행위다. 그렇다 보니 소송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민사ㆍ형사ㆍ가사ㆍ행정ㆍ종중소송 등이다. 이 가운데 채권추심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민사소송이다. 소송의 결과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채권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해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채무자가 돈이 없거나 돈을 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채권추심’이란 절차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권추심은 변호사사무소 혹은 신용정보사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변호사사무소는 민사소송을 목적으로 하고, 신용정보사는 회수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으로 정해진 테두리에서 법원에 채권추심을 신청하고, 회수하는 게 전부다. 돈을 받지 못하거나 예상 밖의 상황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법적소송과 채권추심절차를 파악한 채무자가 이를 교묘하게 악용해 재산을 은닉하거나 다른 사람의 명의로 재산을 빼돌릴 수 있다. 특히 사기사건에서 이런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땐 재산을 빼돌리는 데 도움을 준 공범을 함께 채무자로 엮어야 한다. 문제는 채무자를 식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채권자가 소송에서 승소해서 채권(보상)을 돌려받을 수가 없다. 채권자로선 당초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셈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전략적인 소송을 통해 채권추심을 하면 된다. 관건은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하느냐다. 어떤 사건이라도 소송 초기 사건을 철저하게 분석하면 추심이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송의 방향을 전략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채권추심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채권을 추심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채권추심은 채무자가 가진 재산이 없어도 소송을 전략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두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채무자의 현재 재산을 처분하거나 미래의 재산을 처분하기 위해서다. 여기까지는 무난하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채무자가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재산을 형성한 경우다. 이럴 땐 소송촉진법에 의하면 판결일 이후로부터 연 20% 이자를 더해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기회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소송을 진행하되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채권추심을 진행하는 혜안도 필요하다. 돈을 받아야 하는 채권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결과는 채무자의 파산면책이다. 파산면책을 받으면 채권자는 돈을 한푼도 받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채무자를 분석하지 않고 채권추심을 의뢰하면 판결문은 받았지만, 집행이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채무자가 채권자의 소송에 대응하는 부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소송을 진행한다면 채무자는 패소할 가능성이 크고, 채권자는 채권추심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소송의 목적을 분명하게 각인하는 것도 전략적인 채권추심의 하나다. 소송은 분쟁을 끝맺는 것이 아니라 보상을 받기 위한 단계다. 분쟁의 목적은 채권추심이다. 추심행위는 법적절차를 병행해야 한다. 채권추심 대응법은 합법적 추심과 불법적 추심에 따라 나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적 추심이다. 2009년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 도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불법추심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공정채권추심법의 구성요건이 포괄적이어서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법적절차에 따라 채권추심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전문가는 본질을 꿰뚫는다. 채권추심전문가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판결문부터 파악한다. 정확히 승소하기 위한 판결문인지 혹은 회수하기 위한 판결문인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판결문에서 채권추심 전략이 수립된다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전문가와 의논해 소송을 진행한 경우는 전문가가 채권회수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를 판단하는 것 역시 채권추심전문가의 역할이다.

민사소송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야

그렇다면 민사소송이 채권추심의 만능일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소송은 최후의 수단이지, 필수가 아니다. 민사소송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시기적으로 지금이 최후인지, 과정인지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여지가 남았는데 소송을 진행하면 상황이 되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땐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효율적이다. 전문가의 채권추심 도움을 받을 땐 초기 대응을 전략적으로 수립하는가를 살펴볼 것을 권한다. 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지속적으로 추심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채권추심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한주원 법무법인 정곡 자산관리본부 실장 hanchangk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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