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 인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①심각하게 회의를 진행하는 스탈린 ②아인슈타인과 알란 ③젊은 시절의 알란 ④창문을 넘어 도망치는 알란 [사진=더스쿠프 포토]
아인슈타인, 스탈린, 김일성, 레이건의 멘토로 전 세계의 역사에 알게 모르게 기여한 100세 할배 알란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계속해서 웃고 또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영화다. 거기에 마지막엔 가슴에 꽂히는 의미심장한 말까지 던져주는 정말 제대로 된 힐링 무비다. 알란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10대에는 폭탄 제조의 달인으로 남다른 능력을 뽐냈고, 20대에는 폭탄실험 중 실수로 식료품 가게 주인을 의도치 않게 죽여, 정신병원에 끌려 들어갔다. 위험인물로 낙인 찍힌 것이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생체실험을 당해 남성적 기능(?)을 상실했다. 30대가 된 그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다. 폭탄실험 중 우연히 지나가던 파시스트 프랑코의 목숨을 구해 영웅에 등극한다. 40대에는 미국 원자폭탄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치명적 결함을 우연히 해결한다.

이로써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키며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수석 과학, 정치 멘토로 활동한다. 50대의 알란은 미국 CIA요원으로 발탁돼 미국과 러시아의 이중스파이로 활약한다. 그러다 어쩌다 보니 베를린 장벽 붕괴에까지 일조한다. 100세 생일을 맞은 알란. 그는 다시 모험을 떠나고 갱단의 검은돈을 손에 넣게 되는데…. 알란은 어느 날 사랑하는 고양이와 닭을 해친 늑대를 없애려 닭장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다. 그 죄로 양로원에 갇힌 알란.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100세 생일에 창문을 넘어 탈출을 시도하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의 파란만장한 스토리와 그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모험이 펼쳐진다.

화려한 수상 이력을 지닌 스웨덴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원작이다. 감독이자 각본가, 프로듀서이자 배우인 플렉스 할그렌이 직접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할그렌 감독은 이 책을 읽다가 로버트 구스타프슨이 떠올랐다고 한다. 구스타프슨은 스웨덴 국민들이 사랑하는 배우로서 ‘스웨덴에서 가장 웃기는 남자’ ‘슬랩스틱 코미디의 달인’으로 불리는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다.

영화에서 구스타프슨은 아역시절을 빼고 젊은 알란에서 100세 노인의 알란까지 완벽하게 소화한다. 걸음걸이, 말투, 굼뜬 행동까지 실제 100세 먹은 노인처럼 행동하는 그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알란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세계사의 여러 곳에 등장한다. 아인슈타인, 스페인의 프랑코, 트루먼, 스탈린 등과 인연을 맺으면서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는 천사도 혀를 내두를 만큼 낙천적인 성격으로 어떤 환경과 상황에서도 걱정이 없는 인물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고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라’는 그의 영화 속 메시지는 가슴 속에 큰 울림을 준다. ‘초긍정’ 알란 할배 이야기를 웃고 즐기는 사이 영화는 끝난다. 낙천적으로 즐겁게 살면 진짜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따뜻한 영화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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