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성장 방정식’

▲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성장 포인트는 ‘고객 다변화’다. [사진=뉴시스]
자동차 부품업체가 성장하려면 완성차 업체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 부품조달에 문제가 없는 완성차의 문을 두들겨봤자 힘만 빠져서다. 전문가들은 수직계열화가 갖춰지지 않은 완성차를 먼저 공략하고, 지분관계가 있는 부품자회사가 있는 완성차는 피하라고 조언한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성장 포인트는 ‘고객 다변화’로 꼽을 수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해외고객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해외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기란 쉽지 않다. 부품업체가 해외 완성차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그들이 부품을 자체 제작하는지, 자회사로부터 조달받는지, 독립적인 외부 부품사와 거래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분 관계가 있는 자회사로부터 부품을 조달받는 완성차의 경우 품질경쟁력이 있는 부품업체라도 진입하기 어려워서다. 외부 조달 비율이 높은, 완성차~부품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낮은 완성차를 타깃으로 삼는 게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부품 품목별로 보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엔진과 변속기는 대부분 완성차가 자체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브레이크ㆍ조향ㆍ현가ㆍ안전장치ㆍ공조 등 나머지 부품은 외부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부품업체의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물론 완성차가 만족할 만한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 완성차가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주요 자동차생산국과 비교해 독립 부품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비중이 높다. 독일의 경우 완성차 계열의 부품업체가 거의 없고, 독립 부품업체가 대부분이다. 기계 산업이 발전한 독일은 완성차가 생기기 이전에 부품업체가 먼저 생겼고, 성장도 빨랐다. 나중에 생긴 완성차가 부품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구조다. 또한 독일 완성차는 1980년대 생산유연성, 비용절감을 위해 부품 자체생산 비중을 줄이고, 아웃소싱 비중을 확대했다.

미국은 2007년 이전까지 완성차가 자회사로부터 부품을 조달받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GM은 부품업체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가장 높은 완성차로 꼽혔다. 하지만 GM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계열 부품업체를 매각하기 시작했다. GM은 2007년 대형트럭ㆍ버스 등의 트랜스미션을 생산하는 ‘앨리슨 트랜스미션’을 팔았고, 2009년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후에는 핸들업체인 자회사 ‘넥스티어’도 매각했다.

 
포드는 2000년 중후반 ‘비스테온’과의 지분 관계를 완전히 정리했다. 포드는 여전히 전장과 공조 부품을 비스테온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이외의 다른 부품은 대부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포드는 특히 합작법인(JV)을 설립해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포드는 2001년 변속기 전문회사인 독일 ‘게트락’과 합작사 ‘GFT’를 세워 변속기를 만들고 있고, 최근에는 삼성SDI와 공동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든다고 밝혔다.

문용권 대신증권 연구원은 “부품업체에 고객 다변화의 기회는 완성차가 부품 자회사 지분을 매각할 때, 계열 부품업체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완성차는 지분관계를 정리하며 부품 조달선 다변화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국내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와 만도가 수혜를 입었다. 만도는 2009년 GM의 위기를 틈타 GM 매출 비중을 늘렸고, 현대모비스는 오하이오 모듈 공장 인수를 통해 크라이슬러에 모듈을 납품하고 있다.

수직계열화 정리하는 시점이 기회

중국은 부품산업의 자체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완성차의 부품 해외 의존도가 비교적 높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중국 완성차의 일반 부품 해외 의존도는 약 60%이고, 엔진ㆍ변속기는 9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상하이자동차그룹(SAIC)ㆍ디이자동차그룹(FAW) 등 중국 완성차는 해외 부품업체와 합작법인을 통해 기술력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완성차를 중심으로 부품ㆍ금융ㆍ기계 등 상당한 수준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일본은 덴소ㆍ아이신 세이키 등 완성차 계열 외에도 NTN, 야자키 등 오랜 역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유수의 독립 부품업체가 공존하고 있다. 일본의 완성차와 부품업체의 지속적인 관계는 국내 부품업체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공급처 다변화의 중요성이 대두됐고, 이후 만도가 닛산에 부품을 공급하는데 성공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