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후 논란 인사

▲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던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결국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사진=뉴시스]
‘몰라요 장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가 누군지 기억나는가. ‘치킨 장관’ ‘성추행 대변인’은 또 어떤가. 윤진숙, 강병규, 윤창중 등 박근혜 정부의 요직에 임명된 뒤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다. 말썽을 피운 인사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참사가는 아직 진행중’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3.0%’. 한국갤럽이 발표한 6월 셋째주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론이 일었던 4월에 비해 최소 5%포인트, 최대 16%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40% 초반대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도 지지율은 41.0%에 머물렀다. 지난해 3월과 올해 6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데는 똑같은 이유가 있다. ‘인사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2명의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도 가지 못하고 연이어 낙마했다. 어렵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각 부처의 수장으로 임명된 인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명 ‘수첩인사’ 폐해의 선례를 남긴 것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었다. 윤 전 대변인은 임명 전부터 막말과 불통으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의 임명을 밀어붙였다. ‘수첩인사’의 폐해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해 5월 10일 경질됐다. 박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순방하던 중 대사관 여자 인턴사원 성추문 사건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윤 전 대변인은 올 2월 신장암 수술을 받고 자택에서 칩거중이다.

김학의 법무부 전 차관 역시 임명 직후 문제를 일으킨 케이스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3월 21일 임명 6일만에 ‘별장 성접대’ 논란으로 사퇴했다. 지난해 6월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격格’ 문제로 무산된 남북당국회담과 관련 논란을 일으켰다. 그해 9월 유진룡 문화체육부 장관은 광주에서 열린 한ㆍ일 문화장관 회담에서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일본에 돌려 줄 수 있다”고 말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논란은 집권 2년차에도 계속됐다. ‘무소신의 극치’라는 오명과 함께 탈세 의혹까지 있었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올 1월 22일 카드사의 고객정보유출 사건 이후 국민 여론이 책임자 문책으로 이어지자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며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고 말해 논란을 샀다. ‘모래 속의 진주’라며 박 대통령이 극찬했던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은 올 2월 2일 여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 2차 피해는 어민”이라는 발언을 해 결국 해임됐다. 

인사논란에 떨어진 박근혜 정부 지지율

김진태 검찰총장은 간첩 증거조작 발표일인 4월 14일 사진기자들에게 막말을 늘어놔 구설에 올랐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중 사진기자들이 자신을 촬영하자 기자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어이 임마, 밥 먹고 나오는데 씨…”라고 짜증을 내며 폭언을 했고 논란이 일자 대변인을 통해 “기자들을 향해 한 얘기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논란이 극에 달한 것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였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피해자 유가족이 있는 진도 실내 체육관에서 라면을 먹어 ‘황제라면’ 오명을 샀다. 또한 학생장례시작에서 피해자 유가족에게 의전을 요구해 비판을 받았다.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참사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치킨을 시켜먹어 ‘치킨장관’이란 비난과 함께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밖에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유병언 회장에게 수사 상황이 건네진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고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세월호 수습과정에서 “국가안보실은 재난과 관련한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고 주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 ‘수첩 인사’에 ‘인사참사’의 원인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 큰 문제는 연이은 인사실패에도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인물을 낙점했다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거다. 2012년 대선 박근혜 대통령의 슬로건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준비된 대통령에게 준비된 인사는 없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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