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성장세, 그리고 은행의 고민

▲ 신속함과 편리함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한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대부업계가 고속성장 중이다. 대출 규모가 10조원을 훌쩍 넘어섰을 정도다. 그만큼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리는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에선 ‘시중은행의 문턱이 너무 높은 게 아니냐’며 우려의 시각을 보낸다. 문턱을 낮추자니 대부업체와 다를 게 없고, 유지하자니 욕먹을 게 뻔해서다.

금융업계가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금리ㆍ저성장의 영향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 증권ㆍ은행ㆍ보험 등 모든 업종의 수익률은 악화됐다. 실적악화의 영향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금융계의 불황속에서도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대부업체다. 대부업체는 숱한 논란 속에서도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5개 대부업체의 총순이익은 3198억원으로 전년 2447억원 대비 30.6%가 증가했다. 지난해 말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10조200억원으로 지난해 6월 9조1800억원에 비해 8400억원 9.1%가 늘었다. 금융위원회는 “상위 대형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금리인하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를 만회하고자 대부규모를 적극적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부업체의 가장 큰 경쟁력인 공격적인 영업에 있다. 대출심사과정을 간소화하고 신속한 입금을 통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최근에는 무이자 대출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높은 이자와 신용등급 하락을 꺼리는 고객도 있지만 신속하고 편리한 서비스 때문에 대부업체를 찾는 고객도 크게 늘고 있다”며 “대출과 상환이 편리해 저신용 고객이 아닌 일반 고객도 대부업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대출의 경우 대부업체 대부분은 당일 심사 당일 입금을 정책으로 삼고 있다. 그만큼 신청과 대출이 쉽다는 얘기다. 반면 은행의 경우에는 대출을 받는데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1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대출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은행권은 은행마다 각기 다른 대출기준이 있어 심사 과정도 길고 재직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도 많다.

 
물론 무분별한 대출은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신용도가 하락해 제도권 은행을 이용하기 힘들어 질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대부업체 대출 잔액이 증가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부업체 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질이 좋지 않은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이 늘지 않아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서민에게 손쉬운 대출이 가능한 대부업체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은행권의 서민 대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업계는 수익률 악화를 겪으면서 오히려 소극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종 사건ㆍ사고와 부실기업 관련 대손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며 “금융규제와 함께 리스크 관리가 업계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안정적인 담보 대출과 우량 고객 위주의 대출을 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 1금융권인 은행이 저신용ㆍ저소득 대상의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은행의 이미지가 있는데 어떻게 은행이 대부업체와 비슷한 영업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관계자는 “저신용 대출이 증가할 경우 은행 건전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은행 건전성 악화는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반드시 관리가 필요한 부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업체와 같은 고금리 대출로 쓸림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은행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의 문턱을 낮춰 서민에게 안정적인 금융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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