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흑사병처럼… 유럽 위기는 꼬리를 물었다
14세기 흑사병처럼… 유럽 위기는 꼬리를 물었다
  • 강서구 기자
  • 호수 102
  • 승인 2014.07.23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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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위기 주목해야 하는 까닭

▲ 시장통합과 경제발전을 위해 도입한 유로화가 유로존 경제 불균형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유럽의 각 국가는 국경을 맞대고 따닥따닥 붙어 있다. 통화도 공통이다. 그래서 위기인자가 쉽게 전염되고, 한번 전염되면 걷잡을 수 없다. 14세기 흑사병도 그랬고, 21세기 유로존 재정위기도 그랬다. 포르투갈의 경제위기를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유럽의 위기는 도미노 현상처럼 발생했다. 한 국가의 위기는 다른 국가로 전이됐고 머지않아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유럽 위기의 도미노 현상을 잘 보여준 사례가 중세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이다. 14세기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은 1347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그해 프랑스를 휩쓸고 1349년 영국으로 퍼졌다. 1350년에는 북유럽을 거쳐 아이슬란드와 러시아까지 번졌다. 흑사병이 유럽에 남긴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2500만명이 사망했다. 유럽의 인구가 흑사병 창궐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 무려 300년의 시간이 걸렸다. 흑사병이 이렇게 빠른 시간에 유럽을 퍼졌던 이유는 지리적으로 국가들이 인접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가와 도시사이의 교역과 통행이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도미노 현상은 경제 분야에서 더 확연하게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발생한 유로존 재정위기다. 2009년 그리스에서 채무위기 가능성이 나오자 초기 글로벌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라고 생각했다. 그리스 채무위기는 그리스만의 문제인 듯했다. 하지만 재정위기는 남유럽 국가로 확산됐다. 포르투갈ㆍ아일랜드ㆍ스페인 등 남부 유럽국가의 연이은 신용등급 강등과 구제금융 신청이 이어지면서 유럽 재정위기는 급속하게 확산됐다. 그 결과, 유로존 전체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경제성장률은 계속해서 둔화돼 2011년 4분기 마이너스 0.34%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1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졌다. 실업률은 지난해 9월 12.2%까지 치솟아 19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경제위기의 도미노 현상을 겪은 유로존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유로존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공포에 떨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지중해 동부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인 키프로스가 재정위기에 빠지면서 유로존을 흔들었다. 201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240억 달러로 세계 100위 수준인 작은 섬나라였지만 파급력은 컸다. 디폴트(채무불이행)위기에 빠지며 유로존을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로화라는 하나의 통화로 묶여 있어서다. 우선 유로화의 탄생배경을 살펴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사용되면서 글로벌 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성된다. 20세기 초까지 글로벌 경제를 이끌었던 유럽 국가에 미국을 견제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1958년 유럽경제공동체(EEC)를 설립한다.

유로존 경제 위기 도미노 현상

통합화폐의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은 1960년대 지나친 팽창주의로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부터다. 당시 환율은 금 1온스 당 35달러로 고정한 브레턴우즈체제를 사용했다. 하지만 금의 수요와 공급에 변화가 생겼고 이는 달러와 금의 가격 차이를 불러일으켰다. 금의 대량 유출을 막을 수 없었던 미국은 결국, 1971년 달러와 금을 교환하는 금태환 정지를 선언하고 변동환율 체제를 도입한다. 금태환 정지 이후 달러의 변동성은 심해지자 유럽 국가 사이의 교역과 자본 유출입 변동성도 덩달아 불안정해졌다. 이에 따라 유럽 국가는 통합 화폐의 필요성을 느끼고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독일의 통일로 유럽 통합화폐 출범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1979년 유럽통화제도(EMS)를 발족하고, 1991년 ‘마스트리트 조약’을 통해 고정환율제 사용 등 통화연맹을 위한 기본방향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이후 1994년 유럽중앙은행(ECB)의 전신인 유럽통화기구(EMI)를 설립하고, 1999년 유럽통화통연맹(EMU)을 도입한 이후 같은해 11개 회원국을 중심으로 유로화를 탄생시켰다. 유로존은 유로화의 사용으로 환율 안정에 따른 금융시장의 통합과 공동시장 출범을 통한 참가국의 경제 부양, 환율의 변동성 억제를 통한 안정적인 경제운용을 꾀했다. 유로존 출범 초기 이런 유로존의 전략은 성공했다. 유로존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룩했고 유로화는 달러화와 함께 기축통화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 포르투갈 금융불안이 유로존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유로존 내의 경제 약소국은 물가상승시 금리인상 등의 수단을 동원할 수 없게 됐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분리가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는 얘기다. 특히 재정위기가 발생하자 이런 단점은 더욱 부각됐다.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저축률 감소와 자금조달의 어려움, 상품 경쟁력 약화라는 악순환을 겪게 된 것이다. 그리스와 키프로스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언급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유로존을 탈퇴하면 각종 재정정책을 사용하기 수월해진다. 또한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로 경상수지회복과 채무 상환이 쉬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일 통화의 사용은 유로존 국가의 경제 불균형을 야기했다. 독일과 같이 강한 수출 제조업을 무기로 하는 국가의 경우 흑자규모가 계속 증가한다. 하지만 스페인, 그리스와 같이 수입 의존형 산업구조를 지닌 무역적자국의 적자폭은 계속해서 확대 될 수밖에 없다.

긴밀한 연계가 도미노 현상의 원인

일부국가의 재정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단일통화의 사용에 그 원인이 있다. 단일 통화에 의해 결정된 환율이 개별 국가의 임금ㆍ물가ㆍ실질금리 등의 경제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폐 통일만 이뤄졌을 뿐 재정정책과 정치적 입장은 개별국가 별로 유지하고 있어 재정과 통화의 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게다가 북부유럽과 납부유럽의 경제 규모의 차이는 남부유럽의 무분별한 차입으로 이어졌다. 북부유럽의 높은 신용도의 영향으로 저금리 국채 발행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전세계적인 유동성 확장과 경기 호황시기에 유동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유동성은 버블을 만들었고 이는 경기 불황기 ‘부메랑’이 돼 유로존 경제를 위협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형성된 버블이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로존 재정위기를 불러일으킨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황기식 동아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유로존 금융시장의 통합으로 유럽금융기관의 회원국 국채보유량과 은행 대출금액이 크게 증가했다”며 “이런 상호 긴밀한 연계로 인해 한 국가에서 발생한 재정위기가 다른 국가에 미치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화 도입 이후 단일금리정책과 고정환율제가 적용되는 단일 통화 경제권이 통화 장벽과 환리스크가 제거된 무한경쟁시장을 만들었다”며 “이런 무한경쟁의 영향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유로존 내에 불균형 무역구조가 심화됐다”고 전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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