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김원석 프로듀서

지난 10월 17일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미생’의 열기가 뜨겁다. 제작 단계에서 일었던 우려를 찬사로 바꿨다. 케이블 채널 대박 시청률인 3%를 넘어선 지는 오래다. 각종 기사와 누리꾼의 댓글은 쏟아지고 있다. 이전 웹툰의 드라마와 영화 버전이 실패를 맛본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미생’의 김원석 프로듀서의 얘기를 들어봤다.

▲ 김원석 PD는 "작은 감동의 순간을 소중하게 다루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윤태호 작가의 웹툰(웹과 카툰의 합성어) ‘미생’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미생은 최고의 웹툰으로 불리며 누적뷰 10억건을 기록하고 있다. 직장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이 작품을 제대로 드라마화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있었다. 그동안 유명 웹툰의 드라마와 영화 버전이 실패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미생’은 현재 지상파ㆍ케이블 드라마 중 가장 뜨거운 드라마다. 미생은 평균시청률 4.6%(닐슨코리아ㆍ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최고시청률 6.0%를 기록 중이다.

화제성에서도 ‘미생’은 다른 드라마를 압도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수많은 댓글이 달린다. 시청자는 원작의 울림을 극대화하는 연출력과 출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등 드라마 ‘미생’의 모든 요소를 칭찬한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가 ‘미생’에 관해 입을 열었다. ‘오상식 과장’역을 맡은 배우 이성민은 김 PD의 연출을 칭찬하며 “극세가 디테일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김원석 PD가 ‘미생’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알아봤다.

“웹툰을 그대로 드라마로 옮기는 게 웹툰을 잘 표현한 것은 아니에요. 시청자의 상상력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웹툰소설 등의 원작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가 실패할 때 대중은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왜 그걸 못하냐’고 질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원석 PD의 생각은 다르다. 원작을 무작정 따라가는 건 좋은 연출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상상력을 충족하는 연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웹툰은 한 컷이지만 그걸 보는 사람들은 컷 바깥을 봐요. 컷에 들어가 있지 않은 주변을 보고 컷과 컷 사이, 컷 이전과 이후를 보거든요. 상상력의 폭이 큰 거죠. 드라마는 그걸 충족해 줘야 해요.” 출연배우들은 김 PD의 세심한 연출에 혀를 내두른다. 화면에 잡히지 않는 부분까지 완벽하게 세팅을 해야 촬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오 과장’과 ‘장그래’의 영업3팀이 어떤 주제에 대해 회의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배우들이 들고 있는 서류는 그 주제에 관한 실제 자료였다.

1회 주인공 장그래의 ‘꼴뚜기 에피소드’는 완전히 새롭게 창조했다. 6회 ‘박 대리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원작을 각색한 경우다. 그런데 시청자는 원작에서 얼마나 큰 변화가 생긴 건지 잘 인식하지 못한다. 작가 4명이 협업했고 다수 상사맨들의 경험을 담았다. “원작의 몇몇 에피소드는 드라마적이지 않았어요. 드라마화하는 것과 동시에 주요 배역과 연결을 해야죠. 원작은 특정 캐릭터에 한정된 에피소드가 있거든요. ‘변 대리’ 에피소드가 꼭 그렇죠.”

시청자의 상상력 자극해야

김원석 PD는 “원작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관찰하면서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창조와 각색의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 김 PD는 정윤정 작가에게 한 가지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나쁜 사람을 등장시켜 달라는 것. 그는 ‘미생’에는 착한 사람들만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요즘 드라마는 시청자를 울리지 못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슈퍼스타K’를 보면 출연자 사연이 30초 나와요. 그런데 시청자는 그 30초짜리 영상을 보고 펑펑 울잖아요. 드라마는 1시간을 방송하는데, 아무도 울지 않더라고요.”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 건 사소하지만 소중한 순간이 주는 울림 때문이라는 게 김 PD의 생각이다. 지상파 드라마는 시청률에 대한 집착으로 장르가 고착화하면서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 위기설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아주 작은 감동의 순간을 소중하게 다루는 드라마를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작지만 소중한 순간이 보석처럼 빛나는 드라마를 만들 겁니다.” ‘미생’은 직장인의 ‘일상’을 담은 드라마다. 그런데 시청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 흘렸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김원석 PD는 “지금은 존재감이 적은 ‘장백기’도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순간이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 ‘미생’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미생’을 준비하면서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전작인 ‘몬스타’를 함께 했던, 제가 믿는 스태프들에게 같이 하자고 했죠. 작가님과 호흡도 잘 맞고, 배우들과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생’이 촬영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건 드라마를 만드는 모든 인원이 서로에게 강한 신뢰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이성민, 임시완, 강소라 등 배우들 또한 김원석 PD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표하기도 했다.

▲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미생'이 시청자의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들 알아서 해요. 제가 배우들과 연기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으면 촬영 스태프가 그 얘기를 듣고 동선을 다 짜놔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촬영이 끝납니다. 겸손의 말이 아니라 제가 잘해서 드라마가 잘 되는 게 아니에요.” 김원석 PD는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힘들고, 불안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힘을 줬다. 케이블 방송사의 제작환경이 지상파 방송사의 그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어쩌다 보니 정말 좋은 분들과 하게 됐어요. 즐기면서 해요.”

무서워서 잘 만들고 싶었다는 얘기가 있다.
“저에 대한 비난은 괜찮아요. (그것 보다) 저 때문에 향후 10년 동안 이런 드라마가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소시민 드라마, ‘부담의 승리’

김원석 PD는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로맨틱 코미디ㆍ메디컬 드라마ㆍ사극 이외의 장르 드라마는 만들기 힘든 시스템이라고 진단했다.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한다. 김원석 PD는 ‘성균관 스캔들(2010)’ ‘신데렐라 언니(2010)’ ‘대왕세종(2008)’ 등을 연출한 KBS 드라마 PD 출신이다. 김 PD를 비롯해 많은 지상파 방송국 PD들이 퇴사 후 케이블 채널로 이직하는 이유는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서다.

“저희 드라마처럼 리얼한 삶, 일반인, 소시민을 다룬 드라마가 없었잖아요. 그런데 이게 실패하면 ‘역시 안 되는구나’하고 이런 드라마가 더 이상 안 만들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게 제일 부담스러웠죠.” 김 PD는 ‘미생’을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하기 힘든 다큐멘터리 형식의 드라마로 기획했다. 편집과 연출의 결과물인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에 빠져드는 시청자를 보고 착안했다. ‘미생’은 아직 6회까지 방송됐을 뿐이다. 김원석 PD는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송정빈 뉴시스 기자 jb@newsis.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