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그리고 복직

▲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가 1월 13일 티볼리 발표회에 앞서 해고자 복직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사진=뉴시스]
쌍용차가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했다. 쌍용차가 4년 만에 선보인 신차로, 경영정상화를 이끌 핵심 차량이다. 동시에 2009년 회사를 떠난 노동자 복직을 위한 열쇠이기도 하다. 쌍용차 역시 그들을 재고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 ‘해고노동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

1월 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쌍용차 티볼리 발표회’ 현장. 쌍용차 직원과 현장 스태프들이 발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물론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도 발표회에 참석했다. 쌍용차가 4년 만에 선보인 신차인 만큼 행사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티볼리 발표 1시간 전 행사장 밖에선 작은 다툼이 벌어졌다. 발표회에 들어 가려고 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들을 경찰이 가로막은 것이다.

“(발표회장) 안에 들어가자(쌍용차 해고노동자).” “못 들어간다(경찰).” “그럼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자(쌍용차 해고노동자).” 해고노동자들은 마힌드라 회장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소리쳤다. “해고 노동자들도 티볼리를 만들고 싶다. 6년 전 2000여명의 노동자가 정리 해고라는 이름으로 쫓겨났다. 돌아가길 원한다. 티볼리의 성공적인 판매와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해고 노동자의 아픔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티볼리는 쌍용차 성장의 키로 여겨진다. 이 차량은 쌍용차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차다. 쌍용차는 티볼리의 성공을 통해 수년간 시달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는 2009년 29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0년 잠시 흑자전환(550억원)에 성공했지만 다시 적자의 늪에 빠졌다. 이런 쌍용차에 티볼리는 ‘반전의 카드’인 셈이다. 이유일 사장은 “티볼리는 쌍용차가 마힌드라에 매각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차로 의미가 상당히 크다”며 “쌍용차 경영정상화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티볼리의 중요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티볼리는 2009년 회사를 떠난 노동자들에게는 ‘희망의 자동차’로 여겨진다. 쌍용차는 지금까지 차량 판매가 증가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하면 희망퇴직자를 복직시킨다고 밝혀왔다. 이 사장은 “티볼리 판매가 늘어나면 단계적으로 희망퇴직자를 받아들일 것이다”고 말했다. 마힌드라 회장도 “티볼리 같은 신차를 많이 출시하고 쌍용차가 흑자로 돌아서면 필요에 따라 인력을 충원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 인력은 2009년 회사를 떠난 사람들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티볼리, 희망의 자동차가 될까

우선 티볼리 판매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해고노동자를 위해 티볼리를 구입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소비자 사이에서 일고 있다. 다양한 라인업 구축도 판매량 증가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올 6월 티볼리 디젤 모델을 선보이고, 연말에 롱보디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이를 통해 2015년 15만대, 2016년 20만대, 2017년 25만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자를 점차적으로 재고용한다는 게 쌍용차의 계획이다. 업계는 디젤 모델이 추가되는 6월 또는 내년 초부터 약 400명이 복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3월 재고용한 무급휴직자 450여명과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복직을 요구하는 해고노동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2009년 회사를 떠난 노동자 중 법적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다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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