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어느 누가 체중을 늘려 건강을 해치고 싶겠는가.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이중적인 모습으로 살아간다. 어쩌면 소망하는 바와 반대로 살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간밤에도 기름지고 차진 음식을 먹으며 내일 아침에 운동하기로 한 많은 약속이 있었을 것이다. 과연 밤의 황제들이 새벽의 마라토너가 되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었을까.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직장인들이 많은 사무실 밀집지에는 곳곳에 해장라면 집이 있다.

▲ 불명예 퇴진을 하긴 했지만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은 지금도 유효한다.[사진=뉴시스]
라면으로 아침을 때운 후 자판기 커피를 뽑아들고 부의 상징이라고 비아냥을 듣는 담배를 문다. 이것이 바로 얼마 전 송구영신을 하며 숱하게 “건강을 위하여”라고 외친 당신의 모습이다. 스스로 의지박약을 탓하며 절망할 때 그 틈을 노리고 우리 주위에 몰려드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식욕을 억제해 살을 빼준다는 체중감량제다. 한때 에페드린 성분을 가지고 있는 마황이 다이어트 제품으로 시중에서 주목을 받았다.
 
식욕억제를 통한 지방연소 촉진제라는 명분으로 판매됐지만 효능이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 식욕을 억제하면 기초대사량이 증가한다는 건 궤변에 불과하다. 음식이 제한된 걸 감지한 우리 몸은 되레 기초대사량을 낮춰 최소한의 에너지로 생존할 수 있는 절약메커니즘을 발동한다. 음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에너지를 낭비할 정도로 우리 몸이 멍청하다면 오랜 세월 굶주림에 시달려온 인류가 어찌 생존했겠는가. 

인위적으로 식욕을 억제한다는 건 렙틴이나 그렐린 등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의 자연스러운 역할을 방해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식욕억제 제품은 우리 몸의 생리적 작용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불 보듯 뻔하다. 다이어트 관련 약물인 제니칼 역시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제품 기전은 그럴 듯해서 중성지방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는 것이다.

지방흡수를 억제하기 위해 중성지방이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되는 것을 막는 게 제품의 역할이란 얘긴데 그럴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짐작이 간다. 제니칼의 효능을 믿고 기름진 식사를 양껏 즐긴 여성이 있다 치자. 기름 섞인 변을 배설하기 위해 배를 잡고 화장실로 뛸 일만 남은 것이다. 변을 지리는 변실금이나 잦은 배변의 고통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AㆍDㆍEㆍK 등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율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든 다이어트 제품의 탄생과 사망은 대부분 패턴이 비슷하다.

출시와 더불어 마케팅에 힘입어 제품이 활황을 누린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뿐, 연이어 부작용 보고가 잇따른 후 제품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가 양산됨은 물론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황이나 제니칼 등 각종 다이어트 관련 상품들이 아니다. 평생 공복감을 느끼거나 설사를 하며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다이어트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이다. 걷기로 한 내일 아침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오늘 저녁이나 잘 관리해 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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