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세계 1위 탈환했지만…

우리 조선이 힘겹다. 지난 2월 수주실적에서 세계 1위를 탈환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부활 때문이다. 수년간 공 들인 해양플랜트 부문이 침체의 늪에 빠진 것도 치명적이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조선업계. 부활카드는 없는 걸까. 더스쿠프가 ‘조선의 패망위기’를 분석했다.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의 현주소도 냉정하게 짚었다.

철옹성이 무너졌다.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한국 조선업이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채 ‘초라한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2월 수주량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월별 실적에 불과하다. 연간으로 따지면 2012년 이후 선박 건조량ㆍ수주량ㆍ수주잔량에서 모두 중국에 밀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 조선업계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해양플랜트를 돌파구로 삼았다. 정부도 해양플랜트 관련 연구개발(R&D)을 독려했다. 국내 조선3사(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의 제품별 수주 구성도 해양플랜트 중심(약 80%)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실력도, 운도 따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공을 들인 해양플랜트 분야의 업황이 신통치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에너지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셰일가스로 인해 글로벌 석유업체의 수익이 떨어지면서 해양플랜트 발주량도 크게 줄었다. 정부 정책을 등에 업고 해양플랜트 분야까지 치고 들어오는 중국도 우리에겐 부담스러운 존재다.

중국 정부는 2010년부터 해양플랜트 부문 지원을 강화했다. 2013년 잭업 리그(Jack-up Ligㆍ해양플랜트 시추선의 일종) 시장 선두주자였던 싱가포르를 추월했다. 자국 광구를 시험무대로 삼아 드릴십과 FPSO(부유식 원유생산ㆍ저장ㆍ하역 플랜트) 시장에도 빠르게 진입했다. 더불어 관련 기자재도 자체조달하면서 기술력까지 빠른 속도로 개선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선두 업체까지 인수해 엔지니어링(설계) 능력까지 보완하고 있다.

 
 
우리를 긴장하게 하는 건 또 있다.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일본까지 ‘부활의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배경은 엔저다. 아베노믹스와 함께 엔화가 30% 이상 평가절하돼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인수ㆍ합병(M&A)을 통해 JMU, 이마바리조선 등 대형 조선소들을 탄생시킨 일본은 최근 대형ㆍ중소형 가릴 것 없이 친환경 선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마바리조선은 올해 초대형 도크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컨테이너선과 LNG선 시장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최근엔 대만 선사로부터 컨테이너선을 대량 수주해 7년 만에 월 단위 수주량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이 다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ㆍ일본과 달리 한국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부진에 빠져 있다. 업계 관계자들마저 ‘지는 해’라고 묘사할 정도다. 대형 조선사들은 낮은 선가, 해양플랜트 설계 변경에 의한 추가비용 증가, 출혈경쟁 등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해 자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고 수익이 남을 만한 경쟁을 거듭하는 것도 아니다. 국내 조선사의 수주 구성이 워낙 비슷한 탓에 컨테이너선, 대형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LNG선 분야에서 출혈경쟁이 빚어지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도 저가수주 경쟁을 펼치는 마당에 중소 조선업체들이 무사할 리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 대상에 편입된 중소형 조선사들은 누적적자 증가로 회생조차 쉽지 않다”며 “신규선가가 여전히 낮아 배를 건조할수록 적자규모가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살아남는 데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 하나 휘청이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선업은 특수한 측면이 있다. 조선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업종 중 하나다. 수출이 중심인 한국에서 조선업은 꾸준히 수출 품목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말하자면 한국을 먹여 살리는 산업 톱5 중 하나라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조선업 부진을 우려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돌파구는 없을까.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시장을 잡겠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다.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미봉책밖에 안 된다. 전문가들은 “해양플랜트로 쏠린 수주 구성부터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대형 조선사들은 비슷한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 수주구성을 해양플랜트ㆍ고부가가치 선박ㆍ범용 선박 등으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거다. 제품별로 주력과 보조를 나눌 수도 있다. 전략의 핵심은 해양플랜트 하나가 타격을 입으면 전체 조선업이 흔들리는 지금과 같은 경우를 피할 수 있다는 거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부족했던 엔지니어링 기술을 강화하고, 친환경 선박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경쟁사 밥그릇을 빼앗기 위해 물고 뜯는 전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선업계 전체가 전략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거다. 대화와 협력, 상생이 답이라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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