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여는 窓

▲ 정부는 조선3사 외에 3000여개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사진=뉴시스]
한국 조선업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그럼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에 조선업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채 힘없이 물러서야 할까. 아니다. 조선업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조선업이 흔들리면 다른 산업도 흔들린다. 노사정勞社政이 머리를 맞대고 위기탈출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뽐내던 한국 조선업에 커다란 위기가 닥쳤다. 지난 2월 2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조선업이 금융위기로 수익성ㆍ유동성이 타격을 받아 심각한 시험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저가 물량공세를 펴는 후발주자 중국은 2012년과 2013년 수주량에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일본 조선업은 좀비처럼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선박 가격의 80%까지 1% 이자율로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엔화 약세 가격경쟁력까지 높아져 지난해 일본의 선박 수주량은 전년 대비 75.9%나 증가했다. 한국 조선업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이다.

우리는 ‘인해전술’ 중국이나 ‘좀비’ 일본에 조선업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고 권좌에서 물러나야 할까. 조선업을 사양 산업으로 치부해도 좋을까. 아니다. 우리는 일본 정부가 왜 파격적으로 선박금융을 지원하면서까지 ‘일본조선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섬나라 일본은 육로 연결이 불가능해 해상 무역으로 국부를 축적해야 한다. 일본에 조선업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인 셈이다. 남북이 단절된 우리도 사실상 섬나라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 된 것도 조선업이 있어 가능했다.

조선업이 발달하려면 세계적인 브랜드를 갖춘 조선업체, 최고 품질의 후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철강업체, 저렴하고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조선기자재 업체가 필요하다. 조선업을 모든 산업과 연관성을 갖는 종합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아울러 조선업은 최첨단 기술을 요하는 기술집약형 산업이며,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고용창출 효과도 높다. 조선업은 국가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간산업인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해 우리 조선업은 대오각성해야 한다. 세계 1위에 심취해 중국과 일본의 저력을 지나치게 얕잡아 본 것도 반성해야 한다. 특히 중국은 가격경쟁력만이 아니라 기술경쟁력까지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기술격차 운운하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는 얘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우리 조선업계가 군살을 뺀 것은 그마나 다행이다.

 
정부도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조선업체의 고충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대형 조선3사(현대중공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뿐만 아니라 3000여개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고충을 경청하라는 얘기다. 조선업계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만들어야 한다. 해외로 나간 뛰어난 조선 엔지니어가 국내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조선업의 자산은 결국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IT기술과 조선업을 융합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우리가 가장 잘 하는 분야가 바로 IT와 조선업이다. 중국과 일본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 필요하다.

조선업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우리가 조선업에 강한 이유는 조선朝鮮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단순한 언어의 유희만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조선업에 적합한 DNA가 흐르고 있다. 일단 부지런하고, 끈기있다. 손재주가 좋고, 사업 수완도 좋은 편이다. 포기를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있으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해결한다. 그만큼 창의적이란 얘기다. 이렇듯 우리에겐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이를 전제로 전체 조선업계와 정부, 노사가 힘을 합친다면 조선朝鮮이 그러했듯 대한민국 조선造船업도 긴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우갑 (주)하바드 대표 haa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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