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정국 위기의 두 남자
사정정국 위기의 두 남자
  • 이호 기자
  • 호수 136
  • 승인 2015.04.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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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몰리는 MB 측근들

MB 정권에서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던 두 남자가 위기에 빠졌다. MB정권이 눈부신 성과라고 자평하던 자원외교의 실세 중 하나인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역임한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이다. 두 사람은 자금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수사(성 회장은 구속영장 발부)를 받고 있다. ‘사정정국, 위기의 두 남자’를 살펴봤다.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왼쪽)과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이 자금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경남기업은 이명박(MB) 정부 시절 러시아 캄차카 석유개발사업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니켈 광산 사업 등 해외 자원개발에 참여했다. 정부의 성공불융자금 330억원과 일반융자금 130억원도 받았다. 문제는 수차례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거칠 정도로 재무 상태가 나쁜 경남기업이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컨소시엄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었는지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정부 융자금을 받고 채권은행의 자금 지원까지 끌어내기 위해 회계 조작 등의 방법을 동원했을 가능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혐의는 성공불융자금과 일반융자금 관련 사기, 경남기업 자금 횡령, 분식회계를 통한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일반융자금을 사실상 정상 집행했다고 확인했지만 성공불융자금 일부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중이다.

성 회장은 체스넛과 코어베이스, 대아레저산업 등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기업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체스넛의 베트남 현지 업체 체스넛비나는 하노이에서 경남기업이 시공한 ‘랜드마크72’ 건설 사업에 협력 업체로 참여했다. 경남기업은 체스넛비나에 자재를 주문하고 대금을 부풀린 뒤 차액을 빼내는 수법으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코어베이스도 같은 수법으로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은 비리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계열사간 분식회계를 지시하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성 회장은 대표적인 재계 MB 인맥 중 한명이다. 2000년 충청도 출신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으로 구성된 충청포럼을 창립하면서 MB계 인사와 친분을 쌓아왔다. 그는 MB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활동했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거쳤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이상득 전 의원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성 회장과 그의 회사 경남기업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건 ‘사정司正’의 핵심 타깃 중 하나라는 의미다. 검찰은 6일 성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성 회장을 소환한 건 그의 부인과 경남기업 금고지기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혐의가 특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B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역임한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도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재임 당시 교육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 중앙대에 편의를 봐준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3월 교육부, 중앙대, 중앙대재단 사무실, 박 전 수석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박 전 수석이 받고 있는 혐의는 직권 남용과 횡령이다. 직권 남용 혐의의 경우 박 전 수석이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에 해당하지만 횡령 혐의는 청와대 근무 전후 기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전 수석은 ‘국악계의 대부大父’이자 학계 내 대표적인 ‘폴리페서(politics+ professor)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술계의 거장巨匠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정치판에 너무 가까웠던 인물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중앙대 총장을 지낸 뒤 2011~2013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했다. 2007년 대선 때 MB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만큼 MB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2년 동안 청와대에 있으면서 그의 영향력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 행사에서 대통령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으면 크게 혼을 냈을 정도로 충성심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성완종, 사정의 핵심 타깃

검찰 관계자는 “교육문화수석으로 있으면서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부당하게 (직권을 남용)해서 중앙대에 특혜를 줬다”며 “횡령은 청와대 재직시절 외에 다른 곳에 있을 때 발생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 MB 정부 후반기 교육부 정책 및 업무 등을 총괄하면서 중앙대에 특혜를 준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는 2011년 본교인 서울캠퍼스와 분교인 안성캠퍼스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당시 서울과 안성 두 캠퍼스는 별개의 학교로 구분했으나 이 특혜로 본교와 분교가 아닌 각각 다른 전공 분야를 둔 하나의 대학으로 인정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대는 2011년 7월 본분교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 한달 후 교육부로부터 최종 승인받았다. 교육부는 이를 승인해주기 위해 같은 해 6월 본교와 분교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의 통합 신청이 가능하도록 ‘대학설립ㆍ운영규정’을 공포, 결과적으로 중앙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는 두산그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두산을 둘러싼 의혹은 모두 검토하고 있다”면서 “수사 상황은 유동적이어서 기업수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 소유의 중앙대학교 재단 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도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상 박 전 수석 개인의 일탈에서 시작했던 이 사건의 성격이 기업수사로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퇴직한 뒤 1년여 만인 2013년 3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엔진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재임 시절 중앙대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 통합 및 적십자간호대학 인수 과정에서 교육부에 압력을 넣은 것에 대한 두산그룹의 보은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거다. 두산은 2013년말 기준으로 사외이사에게 평균 5800만원 상당의 연봉을 지급했지만 박 전 수석이 올 3월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이사회에 참석한 횟수는 8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수석은 청와대 재임 시절 대형 쇼핑몰인 동대문 두산타워의 상가 두 곳의 임차권(전세권)을 배우자 명의로 취득해 두산그룹의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수석의 청와대 재임 시절 부인 장모씨는 2011년 각 면적이 16.20㎡(약 5평)인 두 상가를 한곳당 1억6500만원에 분양받았다. 평균 수익률은 연 12%를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수석은 임명 직후인 2011년 4월 관보에는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지만 이듬해 3월 배우자의 몫으로 건물을 신고했다.

▲ MB정권에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의 비리 혐의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3월 27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를 압수수색했다.[사진=뉴시스]
실세 수석, 비리의혹 줄줄이

일부에서는 두산타워가 5년 주기로 2009년과 2014년 상가 임대분양을 했고, 2011년에는 정기분양 시기가 아니었던 점을 들어 두산그룹이 박 전 수석에게 ‘건물 로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박 전 수석의 장녀가 나이(34)나 경력에 어울리지 않게 중앙대 예술대 교수로 정식 채용된 점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도 두산그룹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검찰은 염두에 두고 있다.

박 전 수석은 대기업을 상대로 중앙대 장학재단에 후원금을 출연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박 전 수석이 교육부에 압력을 넣어 중앙대에 대한 정책관련 지원금 등 재정적인 특혜를 준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MB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던 모 인사는 “박 전 수석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관련 첩보들이 당시 민정수석실에도 꽤 접수됐던 것으로 안다”며 “자리만 놓고 보면 교육문화수석 자리는 사실 ‘실세’라고 보기는 어려운 자리라고 할 수 있지만 박 전 수석은 예외였다”고 말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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