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위안부 정책

▲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건 한일 양국의 청구권협정 해석이 달라서다.[사진=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불거진 건 1990년 1월 윤정옥 이화여대 교수가 ‘정신대의 발자취’라는 취재기를 일간지에 연재하고,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8월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다는 사실을 공개 증언하면서부터다. 딱 25년 전이다. 그런데도 해결은 지지부진하다. 그동안 우리 정부, 뭘 한 걸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ㆍ일 정부의 위안부 정책을 오래도록 연구한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은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상에 이 문제가 포함돼 이미 마무리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은 이 문제가 한일청구권협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따라서 일본의 사과와 보상이 남았다고 보고 있다. 한일청구권협상 자체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이 바뀌지 않는 이상, 어떤 정책이든 도루묵이란 얘기다.

실제로 역대 한국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불거진 이후, 피해자 실태조사와 이들의 생활안정 지원을 해왔다. 지원금은 점차적으로 늘었고, 최근엔 심리치료까지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내는 데는 죄다 실패했다.

역대 정부별로 추진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일단 노태우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되자 1991년 9월 ‘정신대 실태조사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992년 1월엔 피해자 신고전화(110번)를 설치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피해자들에게는 생활안정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일본 측에는 진상규명과 보상을 요구했다. 당시 미야자와 총리는 한일정상회담에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하고 ‘일본정부의 관여’는 시인했지만, ‘모집과정의 강제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는 1993년 3월 ‘도덕적 우위에 입각한 자구조치’를 발표했다. “금전적 보상은 일본에 요구하지 않고 한국정부가 피해자들을 직접 지원하되, 일본정부는 진상조사와 더불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후세에 교육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해 8월 일본은 “위안소 설치ㆍ관리가 일본군에 의해 이뤄졌고, 위안부 모집ㆍ이송은 본인 의사에 반했다”는 내용의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고노 담화)를 발표했다. 

韓 ‘해결 안 됐다’ vs 日 ‘해결됐다’

당시 한국정부는 고노 담화를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더 이상 양국 간 외교 현안으로 제기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결정은 2011년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하기 전까지 한국정부의 기본방침이 됐다.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이 방일 시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해달라는 피해자들의 요청에도 공식적인 석상에서는 이를 거론하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1998년 1월 ‘아시아여성기금’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 총리의 사과편지와 함께 기금을 지급한다는 언론광고를 냈을 때는 광고게재에 대한 항의와 함께 즉각적인 위로금 지급 중단을 요청했다. 일본의 민간기금은 일본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보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해 4월,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금(일시불로 1인당 3150만원) 지급 결정을 내렸다.

노무현 정부도 김영삼 정부에서 발표한 입장을 유지하며, 공식적으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 8월 외교부 차원에서 1965년에 이뤄진 한일회담 문서를 전면 공개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국정부가 다시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한일회담 문서공개 민관공동위원회’는 문서를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사할린 동포 문제, 원폭피해자 문제는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근거해 2006년 7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09명은 한국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느냐 되지 않았느냐를 두고 한국정부와 일본정부의 입장이 갈려 있는데, 왜 한국정부는 청구권협정 제3조1항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는 거였다. 이 조항에는 “본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양국간 분쟁은 외교상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해결되지 않는 분쟁은 제3의 중재위원회에 회부한다”고 돼 있다. 결국 2011년 8월 헌법재판소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국정부 입장도 바뀌었다. 그 해 9월 이명박 정부는 일본정부에 청구권협정 제3조1항에 따른 외교협의를 정식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미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역대 정부, 모두 원론만 강조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0월 24일 한일의원연맹 대표단 접견 당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 한ㆍ일 관계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언급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적극 제기했다. 사실상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한ㆍ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입장은 여전히 똑같다.

결국 한국정부와 일본정부는 앞서 헌재가 판결한 것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원론적인 얘기들만 주고받은 셈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어차피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없다면 중재로 가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정확히 알리는 데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중요한 건 중재 역시 일본이 거부하면 도루묵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일본이 움직이도록 압박할 다양한 카드로 협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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