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의 B급 경제학
“이렇게 싼데, 남는 게 있나요?” 이른바 B급상품을 판매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이윤을 남기자고 사업을 하는 건데 정작 주변 사람들에게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이런 오해 아닌 오해 때문인지 최근 B급상품 전문몰을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필자가 운영하는 떠리몰의 경우 2013년 5월 회원수가 90명이었는데 지금은 하루 120명 이상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한다. 하루 평균 100명 남짓하던 방문자 수는 약 1만4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떠리몰을 오픈할 때만 해도 몇개 없던 B급상품 전문몰도 크게 늘었다. 포털사이트에 B급상품 키워드를 치면 관련 쇼핑몰이 쏟아질 정도다. 불과 2년 만에 B급상품 전문몰이 이렇듯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경기불황 속 가치소비의 확산, B급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변화, 인터넷의 활성화 덕분이다. 무엇보다 경기불황 여파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가치소비가 늘었다.
A급상품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의 B급상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B급상품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 사업 초기 때만 해도 유통기한 임박상품, 스크래치 상품에 대해 “못 먹는 것을 주워다 판다”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B급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품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단골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B급상품 전문몰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한 고객이 지인들에게 추천하면서 입소문이 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플랫폼은 B급상품 전문몰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주류제품(B급상품)도 온라인 사이트에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B급상품 전문몰의 성장을 이끌었다. 기존의 전통 오프라인 판매 채널의 경우 공간상 제약으로 모든 제품을 진열할 수 없다. 온라인 쇼핑몰은 다르다. 진열 가능한 제품 수는 무제한이다. 그래서 비주류 제품도 별 부담 없이 진열해 판매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B급상품의 정보를 접하고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B급상품 전문몰이 성장한 거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최대한 제품을 많이 팔거나 히트 상품을 집중적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이들과 달리 보다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다. 앞으로도 소비자는 인터넷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찾을 공산이 크다.
물론 B급상품 전문몰에도 숙제는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해 채워주는 게 중요하다. 알고 보면 B급상품의 범주는 식품을 비롯해 생활용품ㆍ전자기기ㆍ의류ㆍ액세서리 등으로 무궁무진하다. 떠리몰 역시 ‘라면용 꼬마 전복’ 같은 농수수산품이나 ‘유통기한 임박 화장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을 팔고 있다. B급상품 전문몰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 니즈를 만족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의 골칫거리인 재고 상품의 고민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와 기업이 모두 ‘윈윈’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B급상품 전문 쇼핑몰의 역할이다. 앞으로 B급상품 전문몰의 역할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런 니즈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B급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숙제다. 갈길이 아직 멀다.
신상돈 핌아시아 공동 대표 30mall@fim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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