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의 B급 경제학

▲ 유통기한의 불편한 진실 탓에 버려지는 식품 규모는 한해 6500억원 규모에 달한다.[사진=뉴시스]
많은 사람들이 유통기한에 대해 오해한다. 유통기한은 유통 가능기간인데 섭취 가능 기간으로 오해하는 거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 쓰레기 취급당하는 이유다. 유통기한에 대한 소비자들의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한 이유다.

유통기한의 진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넉넉한 우유를 찾기 위해 대형마트 진열대 뒤쪽 깊숙한 곳 유통기한이 넉넉한 제품을 찾아 뿌듯해한 경험이 있을 거다. ‘가정 내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먹어도 된다, 아니다’를 주제로 열띤 공방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먹어도 될까. 이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식품의 유통기한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아야 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식품의 ‘유통기한’은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에서 정한 표준화된 실험법과 과학적 검증을 통해 지정된다.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안전마진까지 고려해 충분한 기간으로 정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소비기한의 약 70% 정도 기간을 유통기한으로 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의 인식에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못 먹는 제품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소비자의 인식으로 인해 버려지는 식품만 한해 65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여기에 수거비와 폐기비용까지 더해지면 1조원이 훌쩍 넘는다. 이미 유럽 및 북미에서는 유통기한 경과로 인해 버려지는 쓰레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영국의 커뮤니티숍의 경우 유통기한 임박제품, 과다재고 등의 제품을 모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취약계층을 돕는 활동을 하며 많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조’는 유통기한 임박상품을 모아 소비자에게 70 ~80%, 일부 상품은 그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해 저렴하게 팔기도 한다.

유통기한 임박상품, 스크래치 상품 등 소위 B급상품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다행히 최근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도 안전하고 유통기한이 지나더라도 먹을 수 있다는 자료가 많이 나오고 있다. 몇해 전 한국소비자원에서 실시한 자료에 따르면 보관상태가 좋으면 유통기한이 지나더라도 우유는 50일, 액상커피는 30일, 치즈는 70일이 지난 뒤에도 멀쩡했다. B급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 역시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떠리몰의 경우 ‘스마트펙터’라는 서포터스단을 구성하여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의 안전성과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라도 안전하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여준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우유의 메틸렌블루환원(신선도 검사)실험 결과 유통기한이 11일 지난 우유라도 품질이 최상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NRDC(천연자원보호협회)와 하버드 법대가 내놓은 2013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나도 괜찮은 음식 중 하나인 우유는 개봉하지 않고 냉장 보관하면 제조 후 45일까지 마실 수 있는 걸로 나타났다. 시리얼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나도 밀봉만 잘하면 최대 3개월 이상 보관할 수 있다. B급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국내 쇼핑몰은 이러한 데이터를 모아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선봉에 서야 한다. 이들이 B급상품을 가지고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최접점에서 콘텐트와 제품을 갖고 있어서다.

소 비자에게 유통기한과 관련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콘텐트와 함께 B급상품을 경험할 수 있게 제공한다면 소비자는 분명히 만족할 수밖에 없다. B급상품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고 소비자의 쇼핑트렌드 또한 합리적인 소비, 가치적인 소비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B급상품 시장에 유리한 측면으로 소비자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B급상품 쇼핑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에 유통기한에 대한 불편한 고정관념을 깬다면 소비자 또한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이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윈윈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상돈 핌아시아 공동 대표 30mall@fim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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