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 우리나라 민법의 토지소유권은 지상과 지하를 모두 포함한다. [사진=뉴시스]
인간은 대지의 소유자가 아니다. 백번 양보하면 관리인 정도는 될 수 있겠다. 인간은 지구에 잠시 머무는 손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를 지구의 일부로 보지 못하더라도 겸허한 자세로 토지 소유권을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 민법은 소유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민법 제211조는 ‘소유자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그 소유물을 사용·수익·처분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나아가 민법은 토지소유권에 관한 규정도 두고 있다. 민법 제212조는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토지를 완전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표뿐만 아니라 지상의 공간이나 지하의 공간에도 소유권의 효력이 미친다는 얘기다.

우리는 토지소유권을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세상에 살고 있다.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 자본주의세상을 살아가는데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13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매각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다.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어 개별적인 권리행사가 어려웠는데, 다행히 대기업이 적당한 가격으로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와 매매가 진행됐다. 그런데 일부 소유자가 더 많은 매매대금을 받아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매매의 성사를 위해 그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실을 다른 소유자가 알면 매매가 무산될 것이 뻔해 매매대금을 비밀에 부치는 조건을 달았고, 어렵사리 계약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계약 전날 또 다른 두 명의 소유자가 양도소득세가 많이 나올 것 같으니 금액을 더 올려 주든지 아니면 양도소득세를 매수인이 내지 않으면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기 시작했다. 매수인은 일부 소유자의 이기심에 분노했고, 매매가 무산되고 말았다. 소유자 중 돈이 급해 반드시 팔아야 하는 이가 있었음에도 이런 사정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문득 ‘이들이 그토록 당당하게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소유권이라는 것이 정말 정당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며칠 전 옆방 변호사의 오른손 손등에 못 보던 흉터가 있는 걸 보고 “어찌 된 일이냐”고 물어본 적 있다. 그 변호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가려워서 긁었는데 좀처럼 낫지 않았다”며 “세균이 손등에 서식하면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세균이 마치 나의 손을 자신의 소유라고 착각을 한 것이지. 제발 진정해 주기를 바랐는데 말을 듣지 않더군. 어떻게 하겠나. 자신들이 손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밖에.” 그 변호사는 한마디를 더 했다. “지구 위에 사는 우리 인간도 세균과 같은 착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

누군가는 지구를 살아 있는 유기체라고 말한다. 이 말이 맞다면 지구를 소유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인간은 지구에 잠시 머무는 손님에 불과하다. 지구는 자신의 몸 위에서 뛰노는 인간을 기꺼이 받아들였을 뿐이다. 인간은 대지의 관리인 정도는 될 수 있지만 소유자는 아니라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이 말하는 땅의 소유권은 착각일 수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자신들이 땅에 속해 있는 것이지 땅이 자신들에게 속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들처럼 우리 스스로를 지구의 일부로 보지는 못하더라도 보다 겸허한 자세로 토지 소유권을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eang@hotmail.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