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멘트 | 자회사 연대보증

▲ 현대시멘트는 과거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이 참여한 파이시티 공사를 지원하기 위해 264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섰다.[사진=뉴시스]
주택경기 호황으로 시멘트 업계가 웃고 있지만 유난히 표정이 어두운 회사가 있다. 현대시멘트다. 실적 개선에도 재무구조를 옥죄는 족쇄가 있어서다. 정체는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을 위해 섰던 4000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이다.

국내 주요 시멘트 업체들이 전통적인 비수기인 올 1분기에 양호한 성적을 냈다. 쌍용양회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374억원, 33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7%, 128.9% 증가했다. 성신양회는 지난해 1분기 1160억원보다 12.6% 늘어난 매출액 1307억원을 달성했다. 한일시멘트는 같은 기간 매출 214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으로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인상된 시멘트 가격이 올해 수치에 반영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유례없는 주택시장 활황으로 아파트 공급량까지 확대되고 있다. 당분간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웃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 점유율 기준 시멘트 업계 6위인 현대시멘트다. 현대시멘트는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신통치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64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2700억원), 당기순이익(-1670억원)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손실의 원인은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을 위해 섰던 4676억원 규모의 연대보증 때문이다. 성우종합건설이 참여한 파이시티 공사를 지원하기 위해 264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선 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파이시티 공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성우종합건설이 자금난을 겪고 있어서다. 빚더미를 고스란히 떠안은 현대시멘트는 2010년 5월 채권단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절차를 신청했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럼에도 지난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관리종목으로 선정됐다. 상황이 나빠지자 채권단이 나섰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10개 금융기관은 지난해 현대시멘트에 대해 대규모 출자전환을 단행했다. 1548억원대 유상증자를 통해 대출금 대신 주식을 확보하면서 빚을 탕감했다.

이런 노력에도 현대시멘트의 상처는 아직 깊다. 이 회사의 1분기 기준 총 자산은 4501억원, 부채 5612억원으로 자본총계 -1111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이 더해지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빚이 자기자본 규모를 웃돌고 있다. 현대시멘트는 이 빚을 고스란히 충당해야 할 공산이 크다. 성우종합건설이 채권단 관리 하에서도 신규 수주 감소와 실적 급감에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10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까지 기록해서다. 업황 호조에도 현대시멘트가 웃지 못하는 이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