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의 고언

변대규 회장은 1989년 동료들과 휴맥스를 창업해 21년 만에 매출액 1조원 대의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주력 제품은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인 셋톱 박스. 휴맥스를 글로벌 셋톱박스 시장 선도업체로 키운 후 지난해 대표이사 자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겼다. 휴맥스는 M&A를 통해 디지털 방송 솔루션, 자동차 전자장치 쪽에 진출했다. 올 목표 매출액은 1조3000억원, 자회사 매출까지 합치면 1조6000억원에 이른다. 변 회장은 지주회사인 휴맥스홀딩스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은 “‘창조경제’로 방향은 잘 잡았지만 혁신하는 국가로 거듭나지 못하면 주저앉고 말 것”이라 경고했다.[사진=뉴시스]
✚ 지주회사 체제는 잘 굴러갑니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CEO를 물려준 다음날 전 임원들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이제 CEO가 여러분의 보스이고, 앞으로 사업 자회사 CEO들하고만 소통할 테니 상관없는 사람인 나를 메일 참조란에서도 빼라.”

✚ 변대규 리더십은 뭔가요?
“그렇게 명명할 만한 이렇다 할 콘텐트는 없습니다. 그저 좋은 리더가 되려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매일 나름대로 애썼고 스스로 훈련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해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구성원들에게 제시하려 했고 부단히 자기 경계를 했어요. ‘좋은 리더라면 내 거를 챙기면 안 되지’ 그런 식이었죠.”

✚ 글로벌 시장 진출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2~3년 해외 투자를 견딜 만한 재무적 힘이 있어야 합니다. 벤처 캐피털을 끌어들일 수도 있겠죠. 다음으로 해외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사람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이들이 그 일을 맡아 돈 써가면서 글로벌 시장이라는 ‘높지 않은 담’을 넘어야 합니다. 그게 부담스러워 주춤거려선 안 됩니다. 일단 담을 넘으면 내수시장보다 좋은 시장이 거기 있습니다.”

그는 새로운 경영진에게 “나는 휴맥스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만들었으니 여러분은 휴맥스를 글로벌 조직으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글로벌 조직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에 의해 움직이고 주요 의사결정을 한국인이 하는 한 글로벌 조직이 되려야 될 수가 없어요. 휴맥스는 매출의 95%를 해외에서 올립니다. 우리 해외 비즈니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외국인들이 휴맥스에 들어와 오래 일해 준 거예요. 글로벌 비즈니스를 만드는 데 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죠. 본래 저의 중요한 사업 동기는 휴맥스를 통해 한국 사회와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겁니다. 이 동기를 제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외국인들이 고객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됐지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데 왜 동참합니까? 뭐 고객에 이바지하다 보면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겠죠.”

✚ 기업가정신이 뭐라고 보나요?
“피터 드러커가 말한 대로 ‘변화를 탐구하고 그 변화에서 기회를 찾아내고 그 기회를 사업화하는 동력’이라고 봅니다. 기업가는 변화가 일어나는 바깥 세상, 기업의 바깥에 있는 고객을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학교, 교회 등 인간이 만든 다른 모든 기관이 그렇듯이 기업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기업 외부에 있는 고객의 필요를 채워 주는 수단일 뿐이죠. 인간이 만들어내지 않은 것들 즉 인간 그 자체, 자연발생적인 마을 같은 것만이 저는 목적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업은 이런 개인과 마을이 잘되게 하기 위한 수단이에요.”

✚ 한국 경제를 위한 고언을 주시죠.
“국민소득, GDP 성장률 등의 통계를 보면 우리 경제는 일본에 25년 후행합니다. 그런데 25년 전인 1990년 일본 경제는 망가지기 시작했어요. 지금 모습대로라면 우리는 일본을 답습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은 전후 서구를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 즉 ‘하우투’에 골몰해 거의 모든 부문에서 1위에 올랐지만 그 후 ‘왓투두’ 무슨 혁신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실패했습니다. ‘창조경제’로 방향은 제대로 잡았지만 혁신하는 국가로 거듭나지 못하면 우리나라도 주저앉고 말 거예요. 카카오택시, 배달의 민족, 쿠팡 같은 모바일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분야에서 싹튼 변화가 우리 산업의 전 영역으로 확산돼야 합니다. 그러자면 국가가 나서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는 재벌의 독과점 같은 ‘지대추구’를 없애야 합니다. 한 국가의 기업 경쟁력은 기술, 제도, 인프라, 경영(수준)에 달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술상 비교우위는 끝났습니다. 이제 경영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해외시장에서 버틸 수가 없어요. 경영을 잘하려면 서구의 우수한 인력이 함께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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