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몰린 자영업계

▲ 자영업 과잉 경쟁과 수익률 하락으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자영업의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사진=뉴시스]
“퇴직하면 뭘 해야 하지, 닭이라도 튀겨야 하나.”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수십년의 회사 생활 후 퇴직하고 ‘치킨’으로 상징되는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영업은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다.

지난 7월 기준 자영업자의 수는 565만명(통계청). 전체 취업자 2630만명의 21% 비중이다. 이 수치는 지난해 7월(573만명)보다 무려 10만명이 감소한 수치다. 비중 역시 22%에서 1% 포인트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2000년 36.8%에서 2011년 28.2%로 크게 줄었다. 문제는 자영업자 비중이 여전히 OECD의 평균인 14.9%보다 높고 앞으로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정정균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자영업의 경제적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영업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7월 대비 줄어든 ‘10만명’은 대부분 영세자영업자였다. 영세자영업자란 고용원을 두지 않는 자영업자를 말한다. 홀로 또는 급여를 받지 않는 가족과 함께 꾸려가고 있다. 이들은 올해 7월 기준 40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6만)보다 9만명이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 1994년 이후 400만명대를 유지했으나 올해는 300만명대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진입 장벽이 낮은 도소매ㆍ음식숙박업에 몰린 영세자영업자는 대형할인점이나 유통 체인점에 밀리고, 영세자영업자끼리 과열 경쟁에 치이고 있다.

창업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생계형 창업 비중은 2007년 79.2%에서 2010년 80.2%, 2013년 82.6%로 증가하는 추세다. 창업 후 생존율도 창업 1년 후 83.8%에서 3년 후 40.5%, 5년 후 29.6%로 떨어졌다. 창업자 10명 중 7명은 5년 안에 폐업하는 셈이다. 개인사업자 폐업현황을 보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지난 10년간 폐업한 자영업체는 793만8683곳에 달했다. 자영업자 폐업 신고가 매년 70만건 이상 이어졌지만 이 기간 자영업자 수가 560만~600만명대로 유지됐다는 것은 결국 새로 생기는 곳도 많았다는 얘기다.

자영업자의 소득 수준도 감소세다. 2001년 40대 자영업자의 평균소득은 2877만원으로 임금근로자(4170만원)의 68% 수준이었지만 2013년에는 52% 수준(임금근로자 5170만원ㆍ자영업자 2725만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40대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간 소비지출의 격차도 급격하게 벌어졌다. 2013년 40대 자영업자의 평균 소비지출은 임금근로자의 63% 수준이다.

우리 경제는 포화 상태였던 자영업의 구조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일부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영업자들은 폐업에 따른 부담을 감당하기가 벅찰 수밖에 없다. 괜찮은 일자리가 드물고 정규 노동시장에 들어가기 어려워 자칫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있어서다. 특히 명예퇴직이나 감원 등으로 물러난 중ㆍ고령층이 그럴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심이 돼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대표는 “정부가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과당 출혈 경쟁이나 쏠림 현상을 풀어 줄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며 “이들이 한계를 견디지 못하고 단체로 폐업할 경우 우리 경제는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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