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옥시 본사의 이중 잣대

▲ 영국 기업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영국의 다국적 기업 옥시레킷벤키저가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피해 원인으로 지목된 제품을 제조·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의 영국 본사를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향균제 데톨, 세정제 이지오프뱅, 세탁표백제 옥시크린 등 세제와 방향제, 그리고 위생용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영국 10대 기업에 속하며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는 9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살균제 피해 사건이 발생한지 4년이 지나도록 제조사들은 책임 있는 사과와 대책을 하지 않고 있다”며 “가장 많은 피해를 발생시킨 제품을 제조·판매한 회사의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사망자 6명(가족)과 치료 환자 5명 등 모두 11명이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한 소비자들로 당시 이 제품은 가습기 살균제 시장의 약 80%를 점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 530명 중에서 403명(76%)이, 사망자 142명 중 70%인 100명이 이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영국 본사와 한국 지사가 법적으로 별개이며 독립적인 회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회사인 한국 지사에 제조·판매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2001년 옥시를 인수한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는 한국 지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또한 지난 11년 동안 한국에서의 판매 이익을 모두 가져갔다. 소송대리인을 맡은 영국 변호사 크리시넨두 무커지는 “아무런 경고문도 없이 인체에 유해한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을 판매했는데도 본사는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현 더스쿠프 기자 psh056@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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