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 장동규가 KPGA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다 언더파로 우승하자 칭찬과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사진=뉴시스]
KPGA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다 언더파 우승기록이 나왔다. 그러자 “코스 세팅이 쉬웠다” “메이저대회가 열릴 수준의 골프장이 아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남자 최고 권위의 대회를 주최한 골프장측 “스카이72 코스의 권위를 무시한다”고 항변한다.

지난 8월 30일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에서 끝난 2015 KPGA선수권대회에서 장동규가 4라운드 합계 24언더파 264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한때 논란이 일었다. “코스 세팅이 쉬웠다” “메이저대회에서 24언더파가 말이 되느냐” “메이저대회가 열릴 수준의 골프장이 아니다”는 지적이 나온 거다.

양찬국 스카이72 헤드프로는 “스카이72 코스의 권위를 무시한다”며 장문의 반박문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나름 최고 수준의 골프코스로 자처하면서 정성껏 코스를 단장하고 대회를 개최했는데 ‘메이저 대회 개최코스로는 부적합’이란 지적이 나오니 발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4언더파 기록은 KPGA선수권대회 사상 최다 언더파 기록이다. 종전 최다 언더파는 2002년 ‘세계 골프의 떠오르는 별’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초청돼 한양CC에서 작성한 23이었다. 1타 경신하면서 당연히 보도의 헤드라인이자 주제가 됐다.

정확한 기준은 없으나 4라운드 대회에서 20언더파 이상이 기록되면 “코스를 정복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골프장 입장에선 “정복당했다”는 얘기다. 보통 자존심 상하는 게 아니다. 때문에 US오픈이나 PGA선수권 같은 메이저 타이틀 대회에서는 스스로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어렵게 세팅한다.

코스 세팅은 협회 등 주관사 경기위원회에서 정한다. 골프장이 대회를 위해 코스를 일부 바꾸기도 한다. 그동안에는 장비와 선수 기량의 향상으로 정복하려는 선수와 정복당하지 않으려는 골프장과의 기싸움이 이어져왔다. 1960년대만 해도 골프장의 전장은 6000야드대였다. 그러나 점점 길어지면서 남자대회의 경우 7000야드 중반까지 늘어났다. 1960년대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가 세계 최장타를 뽐냈을 때 드라이버 거리는 270야드 안팎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한국 주니어골퍼도 300야드대가 기본이 됐다. 또 코스를 늘일 수 없는 골프장은 파72를 파70으로 줄이거나, 그린을 까다롭게 만들고, 핀을 어려운 곳에 꽂아 선수를 괴롭혔다.

스카이72 하늘코스는 LPGA 투어인 하나외환클래식, 남자 SK텔레콤 오픈, 또 이번 대회가 열리기 두달 전 KLPGA 투어 BMW오픈이 열리는 등 굵직한 규모의 대회를 개최했던 곳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는 한국 최고 권위의 PGA선수권답지 않은 세팅이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코스전장이 7165야드였는데 주관사측은 7059야드로 세팅했다. 상당수의 그린은 핀을 평범한 곳으로 정해 퍼팅플레이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1980년대 국내 여자프로골프대회는 언더파 우승이 귀했다. “언더파 우승도 못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낮은 수준이라며 팬들이 외면했다. KLPGA는 억지로 언더파를 유도하기 위해 7000야드대 코스를 5000야드대까지 줄이고, 핀 위치도 그린 한가운데로 정하는 등 안간힘을 썼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그들의 자존심이자 ‘얼굴’인 이번 대회를 주관하면서 스폰서도 없이 자체 예산으로 행사를 치렀다. 이처럼 비참한 일도 없다. 그렇다고 메이저타이틀을 거를 수도 없었다. 문제는 국내 굴지의 스폰서들이 모조리 여자에게만 관심이 쏠려 있다는 점이다. KPGA로서는 스폰서나 팬들에게 한국 남자프로골프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재기의 몸부림이다. 어쩌면 1980년대 여자골프의 그 모습일까. 양찬국 스카이72 헤드프로의 불만은 되레 울고 싶은 KPGA의 뺨을 때리는 격일 수도 있겠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bjlee284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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