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수입차 시장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폭스바겐 사태로 수입차 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하지만 악재가 터졌다고 시장 전체를 무너뜨려서야 되겠는가. 수입차 업계는 복지부동하던 국내 자동차 산업에 건전한 자극제 역할을 해 왔다. 이런 자극제가 사라지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또 소비자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뤘다. 시장점유율은 2012년 10%대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성장했고, 올해 8월 현재 16.4%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정도의 성장 추세라면 향후 2~3년 내에 20%대 돌파도 기대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2~3년 내에 시장이 반토막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고질병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면서 수입차 업계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폭스바겐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클린디젤(청정 경유)’ 신화가 무너진 거다. 그동안 디젤 차량에 부여되던 각종 정책 혜택이 사라질 공산이 크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디젤차가 대기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환경개선 부담금을 승용차 기준 1년에 6만〜12만원을 부과해 왔다. 반면에 ‘클린디젤’로 알려진 유로5 이상 차량은 부담금을 면제받았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 사태로 클린디젤차가 친환경 차량에서 제외되면 이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운행 상 규제를 받을 수도 있다. 이미 영국은 노후 디젤 차량이 런던 시내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공해차량 제한구역(LEZ)을 설정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이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폭스바겐 사태로 베일에 싸여 있던 수입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입차의 부품비와 인건비 문제가 대표 사례다.

 
수입차의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의 3배에 이른다. 수입차 업계가 해외 직접구매를 통해 싸게 구입한 부품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오래된 차량이라 하더라도 수리에 들어가면 무조건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게 관례다. 인건비 역시 국산차의 2배 이상이어서 수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인건비 인하와 대체부품 활성화 정책을 고심하고 있다.

업무용 차량의 세제개정안도 수입차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정부는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을 가입하면 비용의 50%를 인정하고 기업이나 사업자 로고를 차 외부에 부착하면 100%를 인정하는 세재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시민단체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가격이 비싼 차일수록 세제 혜택을 더 많이 받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용처리 금액에 상한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정부는 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입차의 약 40%가 업무용 차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수입차의 입지를 뒤흔들 만한 변수다. 자동차세 논란도 고민거리다. 최근 자동차세 기준을 배기량에서 자동차 가격으로 바꾸자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이는 가격이 국산차보다 높은 수입차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물론 수입차 업계도 자성해야 한다. 폭스바겐 사태로 떠난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잡으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섣부른 규제는 수입차는 물론 국내차도 잡을 수 있다. 자동차 세제 개편안을 예로 들어 보자. 배기량과 마력, 무게, 연비, 배출물질 등을 감안하지 않고 오로지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자동차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자동차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2009년부터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한 자동차 세제를 도입했다.

배기량이 같아도 값이 싼 차는 연비가 낮고 환경오염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유효적절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악재가 터졌다고 시장 전체를 무너뜨리는 건 좋은 정책이 아니다. 수입차 업계는 그동안 복지부동하던 국내 자동차 산업에 건전한 자극제 역할을 해 왔다. 이런 자극제가 사라지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또 소비자를 외면할 지 모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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