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정부가 중고자동차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중고차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을 내놨다. 중고차 가격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중고차를 구매하기 전 시운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럼에도 중고차 업계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엔 부족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 무엇이 문제일까.

올해 상반기 중고차 거래 대수는 181만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만 해도 중고차 거래대수가 342만대로, 160만대 규모인 신차 거래대수를 크게 웃돌았다. 중고차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는 시기라는 얘기다. 중고차 시장의 활성화는 자동차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고차 시장의 활성화는 단순히 구매시장뿐만 아니라 튜닝 등 애프터마켓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고차의 거래 선진화는 해당 국가의 자동차 산업과 문화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중고차 제도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당장 중고차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없어서다. 허위 매물, 위장 거래, 대포차, 중고차 성능상태 미고지 등이 중고차 매매 현장에 널려 있는 상황이다. 이웃 일본과 같이 백화점 방문과 같이 편하고 즐기면서 믿고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정부의 제대로 된 정책과 관련 단체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국토교통부의 중고차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중고차 소비자 보호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8월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고차 판매자는 소비자가 원할 경우 차량 가격을 객관적으로 산정해 제공해야 한다. 국토부는 개정안에 중고차 가격을 평가하는 전문 인력의 양성, 객관적인 가격 조사ㆍ산정 방식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한 성능ㆍ상태점검기록부에 차량 부식 여부, 시동모터 상태 등 항목을 추가하고 침수와 사고 유무를 표기하도록 했다.

 
중고차 성능 확인을 위해 사업장 반경 4㎞ 이내에서 시운전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는 것은 매매 딜러 관리다. 소비자와 최종 접점인 매매 딜러가 중고차 관련 문제들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걸쳐 최대 1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어디 고용된 것이 아니어서 신분이 불안정하고 세금 납부 의무가 없다. 그만큼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책임 아래 매매 딜러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토교통부에서 교통안전공단 등 관련 전문가들을 모아 기본 소양, 중고자동차 발전방향, 고객 상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기 교육을 하고 매매사원증을 발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중고차 전문인력의 질을 높이고 종사자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다.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문제는 중고차 가격공개정책이다. 국내 중고차 가격 산정 방식이 객관적이지 않아서다. 우리나라는 보통 매입 딜러가 해당 차종 시세에 주행거리, 연식, 사고 유무 등을 감안해 가격을 정해왔다. 중고차 시장이 없는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차를 몰고 서울과 수도권으로 와서 매매단지를 기웃거리다가 시간에 쫓겨 헐값에 차를 파는 일이 다반사다.

시장 상황이 이런데, 가격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전문가가 갑자기 등장할 리 없다. 우리나라는 전문가의 수도 부족할뿐더러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하다.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이며 소비자가 요구하면 어디서 받을 것인지에 대한 단서도 없다. 가격 산정 시스템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을 공개하면 도리어 혼란을 일으키고 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중고차 관련 제도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에도 가격산정 시스템 구축에만 약 40년이 걸렸다. 더욱 신중하고 확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