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저자에게 묻다 ➋ 「브랜드 3.0」 저자 박찬정 편

「브랜드 3.0」의 저자 박찬정씨는 브랜드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미국 이스턴워싱턴대(EWU)에서 경영학(마케팅)을 전공한 그는 미시간주립대(MSU)에서 광고학 석사 학위를 받고, 국내 유력 광고대행사(오리콤ㆍ애드벤쳐)와 브랜드 컨설팅 회사(브랜드앤드컴퍼니)에서 실무를 쌓았다. 박씨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 전략은 무엇일까. ‘저자가 저자에게 묻다’ 제2편 「브랜드3.0」의 저자 박찬정씨와의 인터뷰다.

▲ 박찬정씨는 “브랜드3.0 시대를 사는 소비자는 세상과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상호 작용함으로써 브랜드를 만들어 간다”면서 “때문에 기업은 소비자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단도직입으로 묻겠습니다. 이 책의 결론은 뭔가요.
“브랜드는 소비자 중심의 개념이라는 겁니다.”

✚ ‘브랜드를 다룰 때 공급자 마인드를 버려라!’ 이 뜻입니까.
“기업이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든 그렇지 않든 브랜드는 소비자가 만드는 겁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든다는 인식이 없다면 기업의 브랜드 전략은 방해만 될 겁니다. 그래서 시장, 브랜드, 소비자를 잇는 통합 및 유기적인 브랜드 전략이 필요합니다.”

✚ ‘이 개념을 비선형 브랜드 전략, 이를테면 ‘브랜드3.0’ 전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어려운 개념입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보죠. 자동차는 부속품이 엄청나게 많아서 매우 복잡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 부속품을 순서대로 조립하면 완성품에 쉽게 다다릅니다. 이게 바로 선형 논리입니다. 쉽게 말해서 부분으로 쪼개 분석하고 그 분석된 구성 요소를 합쳐서 전체를 파악하는 방법론이죠. 하지만 부분의 합이 전체가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 그게 뭡니까.
“잘 아실 겁니다. 시너지 효과입니다. 요컨대 말 한 마리가 끌 수 있는 짐의 무게는 4t이지만 두 마리가 힘을 합치면 약 22t을 끌 수 있다고 합니다. 힘을 합칠 때 발생하는 상호작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역으로 생각해 보죠. 말 두 마리가 22t의 힘을 냈다면 한 마리가 4t을 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나요? 안 나옵니다. 살아 있는 유기체는 합쳐지는 순간 ‘분할의 합合’이라는 개념이 사라집니다. 이게 바로 비선형 세계입니다. 브랜드 전략을 통합 및 유기적으로 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브랜드1.0과 브랜드2.0 전략은 무엇인가요.
“브랜드1.0 시대는 1990년대부터 싹텄습니다. 기업들이 비즈니스와 마케팅 중심의 시각에서 브랜드를 탐구한 겁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구매하는 브랜드2.0 세상이 열렸습니다. 이 시절에는 ‘소비자 만족’이 브랜드 관리의 핵심이었습니다.”

 
공급자 마인드부터 버려야

✚ 브랜드2.0과 브랜드3.0 전략은 별 차이가 없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콘셉트가 다릅니다. 브랜드2.0 전략의 콘셉트는 만족이지만 브랜드3.0은 (소비자) 중심이 중요합니다. 브랜드3.0 시대를 사는 소비자는 세상과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상호 작용함으로써 브랜드를 만들어 갑니다. 궁극으로 기업은 소비자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 취지는 좋지만 지나치게 방임하는 건 아닌가요? 브랜드 전략에서 기업의 역할이 지나치게 간과된 것 같기도 하구요. 
“아닙니다. 이 점이 비선형 전략의 핵심입니다. 소비자와 기업이 상호작용하면서 브랜드를 관리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방임하는 건 아니냐고 비판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3단계로 ‘사이공간→꼬리표→되먹임’을 언급했습니다. 쉽게 설명한다면요.
“브랜드의 사이공간이란 소비자 인식에서의 위치와 실제 시장에서 나타나는 공간의 ‘사이’를 의미합니다. 꼬리표는 브랜드의 신뢰성과 명확성을 부각시켜 주는 것으로, 소비자가 스스로 만든 차별점입니다. 되먹임은 영어로 표현하면 피드백(feed-back)입니다.”

✚ 사이공간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요.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사례로 들어 보죠. 미샤는 2002년 론칭 당시엔 시장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공간을 찾았습니다. 단독 직영매장과 영세한 대리점이었죠. 미샤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임에도 단독 직영매장을 운영, 백화점 고가 브랜드숍과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대리점 사이에서 ‘사이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시장에서 진화를 만들어 내는 전략은 제품 자체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 수많은 기업의 브랜드가 캐즘을 뛰어넘지 못해 사장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맞습니다. 힘들게 론칭에 성공한 브랜드가 주류시장에 수용되지 못하고 수명을 마감하는 이유가 바로 캐즘에 있어요.”

▲ ‘미샤’는 론칭할 때 시장에 없는 새로운 공간을 찾았다.[사진=뉴시스]
✚ 캐즘은 협곡 아닌가요.  
“그렇죠. 여기서 말하는 캐즘은 브랜드의 초기 수용자와 주류시장의 핵심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깊고 넓은 협곡을 말합니다. 협곡에 빠지면 빠져 나오기 힘들듯 브랜드의 가치는 초기 수용자를 넘어 핵심 소비자에게 넘어갈 때 빛이 난다는 의미입니다.”

핵심소비자 만족시켜야 브랜드 성장

✚ 유기론적 브랜드 패러다임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선두 주자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국은 명실상부한 IT 강국입니다. 인터넷 속도뿐만 아니라 SNS가 우리나라처럼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아요. 이는 우리나라의 ‘소통 환경’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기업과 소비자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브랜드가 탄생하기 좋은 생태계이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죠.”

✚ 한국 시장에서 신생 브랜드가 탄생하기 쉽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물론입니다. 브랜드3.0 관점에서 시장은 새로운 기회가 엄청나게 많은 공간입니다. 리딩 브랜드가 시장에서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죠. 브랜드 진화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어렵지 않게 새로운 브랜드 지형도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성장시키느냐입니다.”
김영호 겸임기자(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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