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 인 | 인생면허시험

▲ 영화‘인생면허시험’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인생이란 잘 깔린 아스팔트를 달리는 것처럼 평탄할 때도 있다. 하지만 자갈길, 언덕길, 진흙탕길 같은 힘든 고비도 겪어야 한다. 영화 ‘인생면허시험’은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면허시험이 필요하듯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면허가 필요하다는 신선한 발상에서 시작한다.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문학평론가 ‘웬디(퍼트리샤 클라크슨)’는 7년마다 외도를 반복하던 남편이 마침내 이혼을 요구하면서 21년 동안 이어 온 결혼 생활에 위기를 맞는다. 답답한 마음에 시골에 있는 딸을 만나려 하지만 운전면허증이 없어서 엄두도 내지 못한다. 운전은 늘 남편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의지한 채 살아 온 자신을 자책하던 중에 인도 이민자 택시 운전기사 ‘다르완(벤 킹즐리)’에게 운전교습을 받기로 한다.

다르완은 웬디에게 운전을 가르치면서 다양한 조언을 하지만 정작 그 역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인과의 결혼으로 위기를 겪는다. 모국의 관습에 따라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모든 게 불만투성이다. 게다가 영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집밖의 세상을 무서워하는 부인이 답답하기만 하다. 두 사람은 너무나 다른 환경에 처해 있지만 운전 교습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의 고민을 이해하고 아픔을 공유한다.

이 영화는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에 연재된 ‘40대 여성이 뉴욕에서 받은 운전 교습’에 관한 페미니스트 카사 폴리트의 에세이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제작자 데이나 프리드먼은 자신이 겪은 이혼에 안전한 세상과 미지의 세상을 함께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첨가해 영화를 만들었다. 프리드먼은 “훌륭한 원석 같은 에세이를 영화로 표현하면서 관객이 갈등의 격차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공동 제작자인 대니얼 해먼드는 “서로의 삶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운전을 배우는 중년 여성과 터번을 쓴 인도 남성을 주인공을 삼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영화는 다양한 삶의 견해를 운전에 비유한 대사로 담아 냈다. “운전은 자유를 선사하죠. 사람들의 돌발 행동에 침착하고 자유롭게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운전할 때도, 실생활에서도…” “나쁜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거예요.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몰라요.”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사벨 코이세트 감독은 영화 ‘싱스 아이 네버 톨드 유(Things I Never Told You)’로 호평을 받은 스페인 출신의 여성 감독이다. 이 영화에서도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함과 공감대를 자극하는 연출을 선보였다. 코이세트 감독은 “삶이 복잡한 사람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며 ‘인생면허시험’을 소개했다.

이 영화는 참신한 소재와 독특한 캐릭터로 입소문이 났지만 동료와 바람이 난 남편, 이혼 위기에 놓은 부부, 어렵기만 한 중년의 새로운 도전 등 지극히 현실 이야기를 들려준다. 쓸쓸한 가을, 이 영화를 통해 따스한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를 받아 보길 권한다. 능히 그걸 채워 줄 만한 영화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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