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TPP 손익계산서

▲ TPP 협정 내용이 한ㆍ미 FTA의 시장 개방 수준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사진=뉴시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협정문이 공개됐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률을 갖췄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로서는 TPP에 가입하지 않은 게 부담스럽게 됐다. 그렇다고 TPP 가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농산물 분야, 공기업 규제 등 한국경제에 부담을 주는 조항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우리나라를 예민하게 만들 만한 협정문 하나가 공개됐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문이다. 이 협정에 가입한 12개 회원국 중 뉴질랜드가 처음으로 TPP의 골자를 공개했다. 업계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수준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와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이 공산품 분야에서 한ㆍ미 FTA(99.8%) 보다 높은 100% 관세 철폐에 합의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공산이 커졌다는 얘기다.

업종별로 살펴보자. 기계ㆍ전자ㆍ전기 등 품목은 우리 수출기업에 유리하지 않다. 미국이 일본에 대다수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해서다. 한ㆍ미 FTA에서 일부 가전제품의 관세가 2021년에 사라지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 시장에서 일본에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자상거래 분야는 일본ㆍ멕시코ㆍ브루나이ㆍ베트남 등이 체결한 FTA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은 높은 수준의 전자상거래 규범을 수용했다. 전자상거래 규범이 역내국에서 통용된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과 현지 진출을 방해할 수 있다.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태풍의 눈’을 피했다. 일본 제품에 매기는 미국 관세가 25년에 걸쳐 철폐돼 여파가 크지 않을 듯하다. 우리는 승용차 5년, 화물차는 7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했다.

규범 분야에선 한ㆍ미 FTA에 없는 몇몇 조항이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완전누적 기준’이 가장 위협을 준다. 앞으로 TPP 회원국이 역외국에서 원재료 일부를 역내국으로 들여와 일정 수준 이상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면 역내산으로 인정된다. 12개 회원국 안에서 생산된 것만 자국 생산물로 인정하는 ‘누적원산지’ 조항보다 파괴력이 세다. 회원국끼리 역내거래를 독점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TPP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면밀하게 분석한 후 공식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해득실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품 부문을 비롯해 국영기업ㆍ농산물 분야에서 한국이 쉽게 참여하기 어려운 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영기업 우대 금지 규범이 문제다. TPP 협정문은 정부가 50% 이상을 소유하거나 의결권을 가져 지배력을 갖는 기업을 ‘국영’으로 보고 있다. TPP 규정에 따라 공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민생과 관련된 업무가 많은 공기업의 행동반경이 좁아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쌀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도 부담 요인이다. TPP 협상과정에서 일본과 뉴질랜드가 자국의 농축산 분야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우리 정부로선 이에 대해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학도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TF팀에서 우리 산업과 경제에 미칠 세부 영향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면서 “공청회, 국회 보고 등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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