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Cover] 누가 유가하락에 불 질렀나
[SCOOP Cover] 누가 유가하락에 불 질렀나
  • 김정덕 기자
  • 호수 170
  • 승인 2015.12.17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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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 진범은 누구

▲ OPEC 총회에서 석유 감산 합의가 불발되자 이란에 비난의 화살이 쏠렸다.[사진=뉴시스]
국제유가가 조만간 20달러 선까지 내려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하락 전망은 셰일 가스 등장과 함께 계속됐다. 문제는 그 원인이다. 화살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기총회에서 생산동결을 이끈 이란에 쏠렸다. 하지만 이란에만 화살을 돌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유가하락 배후에 ‘석유업계 큰손’ 미국이 있어서다.

배럴당 36.21달러. 지난 9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그보다 조금 높은 37.16달러지만 30달러대라는 건 똑같다. 국제유가가 30달러대까지 떨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8년 12월 31일(배럴당 36.45달러)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두바이유와 WTI 가격이 각각 배럴당 59.17와 62.96달러였다는 걸 감안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시중의 돈이 달러로 모이고, 신흥국 투자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지금은 ‘강달러’를 더 ‘강하게’ 만드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유력한 시기다.

물론 한국경제는 ‘저유가 국면’을 비껴갈 수도 있다. 내수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이 없지 않아서다. 유류비만 줄어도 가계소득 증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한 주장이다. 전형적인 수출주도형인 우리나라에 유가하락은 나쁜 변수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업종들이 산유국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가 하락으로 원유 개발이 줄어들면 건설업(해외), 중공업, 조선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산유국의 수입이 감소하면 국내 기업들의 대對산유국 수출도 줄어든다. 저유가 국면이 한국경제에 유리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국제유가의 하락 원인이 뭐냐는 거다. 표면적인 이유는 과잉공급으로 인한 수급불균형이다. 전 세계 석유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4일 정기총회에서 석유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란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석유의 과잉공급은 당분간 해소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자 ‘고집스러운 이란’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공급과잉 생산국들이 저유가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유가 하락 이란 탓일까

하지만 이란 탓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7월 핵협상이 타결되면서 이란을 꽁꽁 묶어놨던 서방국가의 경제제재 조치가 곧 풀릴 예정이다. 경제제재로 이란의 석유수출이 힘들었던 점, 경제적 손익을 염두에 두고 핵을 포기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란으로선 당장 돈벌이에 나서야 할 형국이다. 당연히 유가하락의 책임도 사실 없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OPEC의 감산 결정을 기대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면서 “공급과잉 생산국들이 저유가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렇다면 석유 공급량을 늘려 유가를 떨어뜨리는 장본인은 누구일까. OPEC와 산유국 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이다. 영국석유(BPㆍBritish Petrolium)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가별 일일 석유생산량은 미국이 1164만4000배럴로 1위였다. 전체 석유 생산의 12.3%에 해당한다. 2012년과 비교하면 274만 배럴(연간 약 10억 배럴 증가) 증가했다. 러시아(19만8000배럴), 캐나다(55만2000배럴), 중국(9만1000배럴)도 모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13만 배럴)와 이란(-128만 배럴)은 생산량이 줄었다. 미국이 석유생산량을 늘리면 석유수입량이 줄어들고,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탄다. 석유는 가격 변동성이 심해 생산량이 1~2%만 등락해도 가격은 10~20% 오르내린다. 종합하면 OPEC가 감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유가 하락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증산이 더 큰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다.

일부 전문가들이 미국의 셰일가스 감산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실적으로 국제 유가 회복은 셰일 산업의 희생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에너지 산업의 불확실성과 구조조정 압력이 2016년 상반기부터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앞으로 국제유가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비슷하다. 당분간(2016년 상반기까지)은 저유가가 더 지속될 거라는 점이다.

첫째 이유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견고한 미국의 원유 생산과 재고, 미국과 유럽의 정제마진 축소, 포근한 겨울 날씨 등으로 유가의 지지력이 약하다”고 분석했다. 수요가 늘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예상치보다 더 떨어진 상황”이라며 “추가 유가 하락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석유 생산량 감소”를 유가 반등의 전제로 달았다.

 
둘째는 미국의 금리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석유시장에 있던 투자금이 달러로 몰리고, 유가는 떨어진다. 달러와 유가는 늘 ‘역 관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강유진 애널리스트는 “12월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가 유가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원자재팀장 역시 “석유 수요는 상대적으로 부진한데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석유생산량 변하면 가격은 요동쳐
 
지난 9월부터 ‘유가 20% 하락’의 가능성을 주장한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가격하락은 수요 증가와 공급 위축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미 1년 가까이 유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원유재고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경제에 불안감이 감돈다. 유가는 그 불안감만으로도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란은 감산보다는 증산을 선언했다. 물론 이란의 생산량은 전체의 4%밖에 안 되지만, 전체 대비 석유량이 조금만 증감해도 가격은 크게 요동친다. 유가가 20달러 선까지 내려갈 거라는 의견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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