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의 한계

▲ 주식시장에선 철저한 계산과 분석을 통해 전략적으로 투자를 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투자는 하고 싶은데 정보도 없고, 시간도 없다. 서점에 널린 ‘투자비서秘書’를 탐독해도 워런 버핏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어쩔 수 없이 개미투자자들은 증권사의 문을 두드린다. 간접투자의 길에 들어선 거다. 그렇다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언제 어디에서든 대박을 터트려주는 마법사 같은 존재일까.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의 영원한 호구虎口일까. 이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말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불합리한 시장 구조 안에서도 수익을 내는 이들이 있어서다.

문제는 ‘내 주변’엔 그런 이들이 없다는 거다. 도대체 어떤 종목을 언제 사서 언제 팔아야 하는지 상황에 맞는 조언을 듣기 어려운 이유다.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기업의 실적발표, 증권사 리포트 혹은 입소문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 리포트를 통해 투자의견을 내놓는 증권사들의 투자 실적은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는 2014년 이후 설정된 증권사의 중소형주 펀드(주식형)를 기준으로 투자수익률을 계산했다. 이를 본지가 지난해 9월부터 ‘生生 소형주’라는 이름으로 소개해온 소형주의 투자수익률과 비교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더스쿠프가 추천한 소형주(20개)의 평균 수익률은 7.40%, 증권사의 중소형주 펀드(29개)의 평균 수익률은 -1.47%였다. [※ 참고: 더스쿠프는 소형주 수익률의 기준을 최근 6개월로 잡았다. 증권사의 중소형주 펀드는 설정 이후 6개월이 아니라 최근 6개월이 기준이다. 그래서 단순한 수익률 비교가 정확하지 않을 수는 있다. 다만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의 투자 실적을 참조하는 데 좋은 지침서는 될 것 같다.]

물론 펀드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이 때문에 고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다. 최근 6개월간 월 평균 코스피지수가 -3.16%, 코스닥지수가 -4.04%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사가 추천한 중소형주 펀드는 제법 선방한 셈이다.

그렇다면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 손절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운용 규모가 큰 펀드는 물량을 내놓으려 해도 주가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어 그러기 쉽지 않다. 주식을 완전히 내다 팔지 못하고 단계적으로 매도할 수밖에 없으니 개인투자자들보다 기동성이 떨어진다.

또한 어떤 기업은 높은 수익률이 예상돼도 시가총액이 너무 작아 펀드를 매수할 수 없다. 제아무리 고수익을 낼 만한 종목이라도 투자 규모가 너무 작으면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증권사에는 무조건 유리하고, 개인투자자에게는 무조건 불리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 결과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건 100% 성공을 담보하는 ‘간접투자’는 없다는 것이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증권사도 손실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에 홀린 투자’가 아닌 정보와 분석에 의한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간접투자를 하더라도 공부를 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거다. 개인투자자들도 호구가 되지 않을 자격이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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