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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이주연 작가는 미국 유학생활에서 작품을 진행해가는 방법 자체부터 혼돈이었다고 한다. 붓을 원활하게 다룰 줄 알아야 표현이 가능하다고 배운 우리의 사고와 달리 서양식 작업은 생각과 사고가 우선되고 표현은 어떠한 방식이든 상관없기 때문이다. 동서양의 기본적 사고의 차이는 작가에게 적응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또한 사고의 차이를 통합과 소통을 통한 조화로움으로 풀어가면서 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시도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의 작업들은 대부분 동양화라는 느낌보다 입체에 의한 설치개념이 강하다. 동양화의 여백이 공간의 여유로움을 더해준다면 작가가 보여주는 작업의 공간은 여백을 떠난 빛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입체는 곧 빛을 만나 색의 조화를 이룬다. 이는 그가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공간이다.

그는 소박한 한옥, 그 가운데 한옥의 창살에 관심을 두고 있다. 창에 어우러진 빛과 그림자는 작품의 모티브가 된다. 창살의 면 분할은 규칙적이고 안정적이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면과 면의 중첩은 여러 개의 캔버스를 겹친 것과 같다. 이런 공간들은 일정한 경계가 없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작가는 전통적 한옥의 구조나 창살, 조각 보자기 등에서 나타나는 규칙적이며 안정적인 공간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해 새로운 색의 공간을 모색하고 있다. 동양화의 색은 단순히 안료라는 표현을 넘어 자연의 빛깔로 이루어진다. 동양적 사고에 뿌리를 둔 작가는 화선지를 이용해 우리의 안료가 주는 고유한 은은함과 투명함이 있는 전통 채색방법을 택하고 있다. 

“채색 기법에 부조나 건축적인 형상을 넣는 작업을 시도해 장르의 구분을 허물고 독창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회화영역을 구축하는 작업을 추구하고자 합니다(작가노트).” 자연의 빛과 색으로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구체화하려는 작가 이주연. 그는 회화 개념을 넘어 회화와 조각, 회화와 디자인, 회화와 설치 등을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새롭게 시도되는 금속입방체의 선들은 작가에게 또 다른 숙제로 남아 있다.
김상일 바움아트갤러리 대표 webmaster@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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