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ㆍ관세청 중심 정책에서 탈피하라”
“기재부ㆍ관세청 중심 정책에서 탈피하라”
  • 강서구 기자
  • 호수 184
  • 승인 2016.03.3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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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체질개선하려면…

‘면세점을 누구에게 내줄까. 또 얼마나 더 내줄까.’ 말 그대로 데자뷔다. 면세점 신규특허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면세점을 더 내줄 수 있다는 뉘앙스를 솔솔 풍기고 있어서다. 우리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게 있다. 그렇다면 면세점의 미래는 여전히 장밋빛이냐는 거다.

▲ 면세점 사업자의 추가 여부를 따지기 전에 국내 면세점 산업의 미래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사진=뉴시스]

‘황금알을 놓는 거위’ 면세점을 둘러싼 갈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에 이어 신규면세점을 또다시 출점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자 업계의 물밑싸움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16일 열린 공청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외정책연구원의 주최로 면세점 추가 방안이 논의됐지만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만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면세점 사업이 이렇게 ‘아귀다툼’을 할 정도로 유망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면세점의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라서다. 물론 면세점 사업의 미래를 낙관하는 의견도 있다. 해외를 찾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여행관광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이 해외에서 쓴 돈은 2150억 달러(약 2351조7065억원)에 이른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해외로 여행을 가는 중국인의 수가 전체 인구의 8.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국민의 해외여행 비중(평균)이 전체의 67.1%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로 나갈 중국인은 훨씬 더 많아질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면세점 사업의 장밋빛 미래를 예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외로 발걸음을 돌리는 중국인이 늘어나더라도 그들이 한국을 찾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첫째 근거다. 실제로 한국을 찾는 유커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유커의 한국 재방문율 역시 뚜렷한 하락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의 수는 598만4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2.3%가 감소했다. 한국 재방문율(2회 이상 방문자 비율)은 2011년 31.5%에서 2014년 20.2%로 떨어졌고, 체류기간은 10.1일에서 5.7일로 부쩍 짧아졌다.

정부와 여행업계는 지난해 터진 ‘메르스 사태’가 유커의 발걸음을 끊어놨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이 진단은 설득력을 갈수록 잃고 있다. 유커의 감소세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체 방한訪韓 외래객은 112만625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하지만 유커의 증가율은 이 결과에 크게 못 미치는 5.7%에 그쳤다. 중국의 최대 명절 ‘춘절 연휴’가 2월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유커는 갈대, 한국 또 안 찾아

더 심각한 건 중국과 일본의 변화다. 중국은 해외에서 소비되는 내수를 자국 내로 돌리기 위한 정책을 도입했다. 지난해 6월부터 일부 소비재의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했다. 또한 광저우廣州, 항저우杭州, 청두省都 등의 도시에 19곳의 입국장 면세점이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일본 정부는 엔저를 무기로 2020년까지 방일訪日 관광객 2000만명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했고 전국적으로 항공 노선뿐만 아니라 크루즈선 기항지와 항구를 대폭 증편하는 카드도 꺼냈다. 유커에 집착했다간 면세점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기업과 정부가 면세점 사업에 집중하는 건 다른 시장에 비해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면세점은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돈을 벌 수 있을 때 벌자는 생각으로 면세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정부의 사업자 편의 위주의 정책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성장 기조로 성장동력이 잘 돌아가지 않자, 면세점 같은 당장 돈이 되는 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거다.

이승창 항공대(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ㆍ마트 등은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데다 성장성까지 정체돼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이런 상황은 유통업체들이 면세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기업이 관심을 가질 만한 영역이나 대안이 면세점뿐이라는 일침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기업의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는 건 이 때문이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 “국내 유통업체들이 내수시장에만 안주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서 “면세점을 탈피해 중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허, 규제, 진입장벽 등으로 일컬어지는 면세점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완 한남대(무역학과) 교수는 “면세점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라면서도 “면세점 수를 더 늘려야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로 여러 상황을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시내면세점 추가산정을 둘러싼 면세점 업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무엇보다 단기 성과보단 관광산업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면세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면세점의 체질을 아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연택 한양대(관광학부) 교수는 “면세점 사업은 면세유통관광업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수익이 일부 기업에 집중되고 기존의 유통구조를 흔들 수 있는 사전 면세점은 제한하고 많은 사람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사후 면세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면세점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관세청ㆍ기획재정부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업체 살길 면세점밖에 없나

중소ㆍ중견 면세점의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재벌 면세점이 성장하면서 중소ㆍ중견 면세점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며 “자본력과 지리적 위치에서 불리한 중소ㆍ중견 면세점을 지원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면세점 사업의 경우 재벌 면세점을 중심으로 독과점화될 수 있다”며 “중소ㆍ중견 기업끼리, 재벌 대기업끼리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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