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기 WREA 회장이 말하는 ‘잘 쉬는 법’

시간에 지배당하고 이해관계에 함몰되는 현대인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어깨 근육은 뭉치고 낯빛은 어두워진다. 온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 여력도, 여가도 없다. 좁은 술집에서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게 고작인 흙수저 직장인이 상당수다. 대한민국 직장인, 이대로 괜찮을까. 이영기 세계레크리에이션교육협회(WREA) 회장에게 ‘잘 쉬는 방법’을 물었다.

▲ 포기할 게 많은 현대인은 여가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놔 보세요. 그럼 갖고 있는 게 크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돈이 많으면 행복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마음을 낮추고 욕심을 버리는 게 중요해요.”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금수저’ ‘흙수저’로 양분되고 있다. ‘가진 자’와 ‘덜 가진 자’가 아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뉠 만큼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못 가진 자는 여가활동을 포기하고, 결혼도 포기하고, 급기야 인간관계마저 포기하고 만다. 게다가 앞으로 포기할 게 얼마나 더 남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지칠대로 지친 몸으로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것뿐이다. 어깨를 짓누르는 스트레스, 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까.

✚ 직장인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직장인들은 ‘여가활동을 비롯해 인간관계, 결혼 등을 포기하고 있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마음의 여유가 그만큼 중요한 거죠. 자긍심을 갖고 자존감도 높여야 해요. 그래야 나도 사랑하고 남도 사랑할 줄 알게 되죠. 결혼도 포기한다고요? 이것도 마찬가지예요.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결혼도 할 수 있는 거예요. 더러는 결혼이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에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결혼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겁니다. 나에게 부족한 점을 반려자를 통해 채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라는 어르신들 말씀이 괜한 게 아니에요. 평범한 것이 길게 봐서는 이득이죠. 인생을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멀리 내다봐야 해요.”

✚ 옳은 말씀이지만 원론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힘겨운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에겐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맞아요.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당연해요. 여건이, 환경이 좋지 않으면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기성세대의 역할이 중요해요. 기성세대가 요즘 세대들을 가르쳐야 해요. 그런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으니 혜안이 좁아질 수밖에 없죠.”

✚ 기성세대의 조언이 되레 세대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 땐 안 그랬어’라는 말이 시대착오적으로 들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인 걸요. 그땐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 시절에도 이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았어요.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은 왜 불행할까요? 이게 바로 마음가짐의 문제예요. 행복지수가 낮기 때문이죠.”

여가활동도 창조적으로 해야

✚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가난한 나라인 방글라데시의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는 선진국들보다 높아요. 그렇다면 신분 제도인 ‘카스트’가 존재하는 인도의 국민들은요? 바이샤나 수드라 계급의 사람들은 브라만이나 크샤트리아로 태어나지 않은 걸 원망하며 평생 불행해 할까요? 아니에요.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합니다. 애초에 갖고 있지 않은 거니까요.”

✚ 행복은 상대적인 게 아니라는 건가요?
“행복은 경제지수와 비례하지 않아요. 소득이 많으면 행복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마음을 낮추고 욕심을 버리는 게 중요합니다. 갖지 못한 것에 괜한 욕망을 키우기보다 더 노력해서 많이 갖는 게 낫지 않을까요?”

✚ 그럼 어떻게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나요?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모’라 하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분자’라고 해볼까요? 현대인들은 분모가 너무 커요. 분자에 비해 분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겁니다. 나의 욕망, 내 편의만 생각하다보면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내가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하고, 또 서로 존경할 줄 알아야 합니다.”

✚ 결국 생각의 차이인가요?
“보편적인 생각, 긍정적인 생각, 적극적인 생각을 가져야 해요. 맞아요.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죠. 긍정의 힘, 칭찬의 힘은 익히 잘 알고 있지 않나요? 마음의 변화는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하죠. 마음먹어서 안 되는 건 없어요. 스포츠나 레크리에이션 활동으로 정서적ㆍ육체적 함양을 하는 것도 좋아요.”

▲ 레크리에이션은 정서적ㆍ육체적ㆍ사회적으로 욕구를 발산해준다.[사진=WREA 제공]
✚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조차 잘 모릅니다. 기껏해야 술을 마시는 정도죠.
“일을 떠난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해요. 예를 들어볼까요? 역사를 보면 고대 로마는 향락ㆍ유희ㆍ퇴폐 문화에 심취했어요. 어떻게 됐나요? 망하고 말았죠? 그렇다면 건전한 학문을 추구했던 그리스 아테네는요? 로마와 달리 망하지 않고 역사를 이어갈 수 있었어요. 그만큼 재충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해요. 다행히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권이라 향락문화가 보급되진 않았죠.”

✚ 그렇다면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요?
“주5일 근무제 등으로 여가시간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을 알차게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시간이 없다고요? 시간이 아니라 실행 의지가 없는 건 아닐까요? 출근하기 전에 잠깐 짬을 내 운동을 하는 건 어떨까요? 해보면 하루가 즐거워져요. 그런데 하루하루가 버겁다보니 엄두를 못 내는 거예요.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해요. 나중에 한다고요? 아뇨. 지금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중은 없어요.”

✚ 레크리에이션은 정신적ㆍ육체적 함양에 많은 도움이 되나요?
“50대에 우울증이 심해져서 찾아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들도 한창땐 날카로운 발톱을 세웠을 텐데, 나이가 들면 독수리도 발톱이 나가는 법이죠. 레크리에이션은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여가활동입니다. 정서적ㆍ육체적ㆍ사회적으로 욕구를 발산해주는 역할을 하죠. 원초적인 감성을 발산시켜 자신감을 높여주고 밝은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이 되죠. 레크리에이션은 지덕체를 아우르는 전인교육입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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