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공약이행도 평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인 10월 24일. 국회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정책에 ‘찬사’를 던졌다. 하지만 민심은 달랐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성적표에 후한 점수를 주는 국민은 드물었다. 되레 ‘한국경제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는 쓴소리가 더 많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어디까지 왔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점검했다.
“우리 경제구조가 ‘역동적인 혁신경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기초가 더 튼튼해지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내실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과 적극적인 복지 확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자평이다. 여기까진 빙산의 일각. 박 대통령의 자찬은 계속됐다.
“전속고발제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를 통해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했다” “기존 순환출자의 99% 이상이 해소돼 대주주들의 사익편취를 규제했다” “원칙이 바로 선 경제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로 복지사각지대는 줄어들고 사회안전망은 더 촘촘해졌다” “기초연금과 맞춤형 기초생활급여를 도입한 덕분에 분배구조가 개선되고 있다”.
박 대통려의 자찬은 끊이지 않았지만 민심民心은 달랐다. 대통령의 시정연설보다 보름가량 앞서 발표된 경제개혁연구소의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서 국민은 박근혜 경제 정책에 혹평을 쏟아냈다. 결과를 보자. ‘경제정책이 대기업 중심이다(73.0%)’ ‘세금정책이 부유층에 유리하다(75.9%)’ ‘경제민주화 평가 점수 C 이하(66.9%)다’…. 박 대통령의 성과를 민심이 몰라준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공약 이행도를 점검했다. 박근혜 정부가 그려온 한국경제의 자화상自畵像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가 통계도 외면한 대통령의 인식
박 대통령이 대선 경제공약에서 가장 강조했던 건 경제민주화다. 대표적인 실천사항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있다. 기대효과(공약집 토대)는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기업을 누구나 고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거였다. 공정위의 대기업 편의봐주기 논란이 끊이질 않아서다. 하지만 현재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폐지되지 않았다. 감사원과 중기청, 조달청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하는 데 그쳤다. 피해 당사자는 고발권도 없다. 최근 고발요청권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건 이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은 어떨까. 기대효과는 “기업 위법행위를 막고 처벌을 강화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집단소송제는 도입되지 않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하도급법에 담아 확대 시행했는데, 갑을관계에 있는 하도급업체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총수일가의 불법·사익편취 근절을 위해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부당내부거래 금지’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기존 순환출자의 99% 이상이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2013년 4월 9만7658개에서 계속 줄어 올해 4월 94개로 급감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 수가 2013년 4월 9만5033개(전체의 97.3%)에서 올해 4월 50개로 급감했다는 걸 감안하면 롯데 하나만 잡은 셈이다. 특히 지난해 대기업의 내부거래 액수는 2014년 대비 0.7%(약 8조9000억원) 늘었다.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게 일자리 창출이다. 특히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2014년 대비 1.6% 더 오른 12.5%였다. 청년일자리 정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통계다.
그러자 지난해에는 2017년까지 청년일자리 20만개를 만들겠다는 청년고용종합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신규채용은 7만5000명에 불과하고, 12만5000명은 직접 고용이 아닌 인턴이나 직무교육이다.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에 불과했다.
기대치 안 나오면 통계 교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고용안정을 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2014년 8월 32.4%에서 올해 8월 32.8%로 0.4% 더 늘었다. ‘일방적 구조조정 방지와 해고요건 강화’도 내걸었지만,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면서 되레 쉬운 해고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국가 경제의 기초인 가계살림이 탄탄해지기는커녕 더 약해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산업 구조조정으로 거리로 내몰린 이들을 위한 재취업정책이나 사회안전망 구축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재취업교육 이외에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정부가 ‘기초연금을 도입’한 것은 노인빈곤율을 낮추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011년 기준 45.1%였던 노인빈곤율은 지난해 49.6%로 4.5%포인트나 더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1위이고, OECD 평균(12.4%)의 4배에 달한다. 자찬은 자찬일 뿐이었다. 빈수레는 요란했고, 박근혜 정부는 한국경제의 질적 수준을 더 떨어뜨렸다. 한국경제가 이전보다 더 슬퍼졌다.
김정덕ㆍ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김정덕ㆍ고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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