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저출산ㆍ고령화 어떻게 풀었나

저출산ㆍ고령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보고서는 많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리포트는 드물다. 문제점을 꼬집는 건 쉽지만 해결책을 공론화하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10년 앞을 내다보고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는 곳도 있다. 스웨덴이다. 우리가 스웨덴의 뼈아픈 토론과정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다.

▲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앞을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저출산과 고령화가 한국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냉정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신용등급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상향했고 S&P는 8월 ‘AA-’였던 신용등급을 ‘AA’로 조정했다. 하지만 피치(Fitch)는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았다. 이런 피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변수는 한국의 낮은 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였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1.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8을 밑돌았다. 인구 고령화도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피치는 “저출산ㆍ고령화라는 장기적 도전에 직면에 있다”며 “생산성이 향상돼야 지속가능한 내수 주도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단 피치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저출산ㆍ고령화 위기를 진단하는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설득력 있는 미래 방향을 내놓거나 실행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찾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저출산ㆍ고령화 문제가 개인을 넘어 여성, 고용환경, 보육, 교육, 남녀평등, 주거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합적인 연구가 아쉬운 상황이다. 특히 일본이 저출산ㆍ고령화를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는 데 20년을 허비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이련 면에서 스웨덴의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스웨덴에서 자녀가 득得이 되도록 만든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최소 80여년이라는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1934년 알바 뮈르달과 군나르 뮈르달 부부가 발표한 ‘인구문제의 위기’라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스웨덴의 저출산 등 인구 변화를 위기로 진단하고 종합적인 사회정책을 제안해 1942년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 못지않은 의미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현재 한국에서 고민하는 사회정책의 상당 부분을 실행방안으로 제시했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국가 책임보육,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통한 빈부격차 해소 등 국가주도의 인구정책에 가정 복지정책, 아동정책, 주택정책, 보건정책을 비롯한 종합적인 사회정책을 덧붙일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 보고서가 스웨덴 사만당이 집권한 44년간 복지의 기틀을 마련하는 주요 토대였다고 평가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연혁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은 “스웨덴이 정권과 관계없이 복지국가의 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10년을 내다보고 준비하기 때문”이라며 “스웨덴은 충분한 논의와 숙고의 시간을 거치기 때문에 어떤 문제든 갈등을 일으키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는 국민에게 의견을 묻고, 국민은 변화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한다”며 “복지를 늘리고 줄이는데 따른 갈등을 최소화하고 준비할 시간이 보장돼 있는 것이 스웨덴식 개혁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웨덴의 인구정책 특별위원회는 1938년부터 10년 앞의 미래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물론 스웨덴이라고 저출산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저출산에 대비해 10년을 앞서 국민과 같이 소통하며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벤치마킹할 만하다. 우리도 스웨덴처럼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미래 인구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설득력 있는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최정은 새사연 연구원 jechoi@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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