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 잔혹사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이들 세 인물은 민영화된 KT를 이끈 수장들이다. 임기 뒤 연임을 원했던 것도 같다. 성공한 이도, 실패한 이도 있지만 한결같이 끝이 개운하지 않았다. 민간기업 KT를 권력층이 쥐락펴락한 탓이다. 정부 지분을 뺐다고 KT가 민간기업이 된 건 아니라는 얘기다.

 

CEO 리스크. KT를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들이 중도 낙마했기 때문이다. 이용경 전 사장은 2005년 6월 연임을 위해 사장 후보로 접수했다가 돌연 사퇴했다. 성공적인 민영화 체제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전 사장의 사퇴를 두고 정치권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CEO를 지낸 남중수 KT 전 사장은 2007년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인사청탁문제ㆍ금품수수문제 등 비리가 불거지며 불명예 퇴진했고, 이후 실형을 받았다. 뒤이어 사장에 오른 이석채 전 사장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석채 전 회장은 이명박 정권을 거쳐 연임에 성공했지만 박근혜 정권 들어서 중도 퇴임했고, 횡령혐의가 유죄로 밝혀졌다.

이상한 일이다. KT는 2002년 5월 정부 지분을 모두 팔고 한국통신에서 이름을 바꾼 ‘민간기업’이다. 청와대와 정치권에 고분고분할 이유는 전혀 없다. 지배구조만 봐도 그렇다. 65%가 개인 소액 주주들이다. 국민연금이 10.47% 보유한 최대주주이긴 해도 이 역시 국민돈이라는 점에서 정부나 권력 실세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는 인물로 CEO가 교체되고, 그렇게 선임된 CEO를 권력이 쥐고 흔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CEO 리스크의 폐해는 다양하게 드러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낙하산 인사’를 대거 뽑는가 하면 CEO 교체 시기마다 전임 경영진의 자산을 지우는 ‘빅배스’를 단행하며 일회성 비용을 크게 늘려왔다. 이런 리스크를 끊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주인없는 기업’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권력층의 인식을 바꾸는 거다. 하지만 정치권ㆍ재계 관계자들이 이들 회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편익을 포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지 모른다. 다른 방법도 있다. 지배구조 개편이다.

권력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KT의 CEO 선임 시스템과 거수기에 불과한 이사회를 손보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갖춘 감사 시스템도 확립해야 한다. ‘CEO 리스크’가 계속되면 KT의 혁신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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