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물’ 바뀌는데 장미에 취해서야
‘큰물’ 바뀌는데 장미에 취해서야
  • 김다린 기자
  • 호수 234
  • 승인 2017.04.04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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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거와 한국경제

5월 ‘장미 대선’을 앞두고 재계의 눈이 바쁘게 돌아간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경제정책이 바뀔 수 있어서다. 그런데 우리가 봐야 할 건 국내 대선만이 아니다. 올해는 주요 선진국들의 선거 이벤트가 몰려 있다. 이들 정권의 성향은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칠 공산이 크다.

▲ 2017년은 주요 국가들의 선거 이벤트가 몰려 있다. 선거 결과는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사진=아이클릭아트]

지난해 두개의 선거가 국내 증시를 흔들었다. 6월 23일, 영국에서 열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ㆍBrexit) 국민선거에서 탈퇴파가 51.9%로 잔류파를 넘어선 게 첫번째다. 선거 직후 코스피는 장중 1900선이 무너졌다가 일부 회복해 3.09% 하락 마감했고, 코스닥은 4.76% 떨어졌다. 11월 9일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인단 과반수 이상을 확보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됐다. 이날 한국 코스피는 2.2% 내려앉았다.

바다 건너 열린 선거 결과에 우리 증시가 바닥을 친 이유는 뭘까.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인한 경제성장 의존도가 45.9%나 된다. 세계 경제의 흐름이 직접 우리 경제의 성과로 연결되는 이유다. 세계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 수출과 투자 및 금융시장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높아지고, 반대의 경우는 하락한다.

두 선거 결과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지금도 우리 경제는 브렉시트의 강도에 주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국과의 무역 규모가 줄어들 공산이 커서다. 현재 한국과 영국의 무역은 무관세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 EU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덕택이다. 영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은 EU를 제외하면 네번째로 수입 규모가 크다. 우리는 2015년 영국과의 무역으로 12억6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우리는 영국과 다시 FTA 협상을 해야 한다. 한국과 영국의 무역규모가 중장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증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는 한ㆍ미 FTA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무역 장벽을 계속 높인다는 전략이다. 미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

더구나 트럼프는 미국의 거대한 무역적자가 교역국들이 환율조작을 벌여서 발생했다고 믿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통상압력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서도 우리나라는 자유롭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미국과 영국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주요 선진국 유권자들이 반反이민 정서를 자극하고 신新보호무역주의를 외치는 정치세력을 지지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2017년은 글로벌 주요 선진국들의 선거 이벤트가 모여 있다. 프랑스는 당장 4월 23일 1차 대선을 앞두고 있다. 6월에는 총선을 진행한다. 독일은 5월 지방선거에 9월 총선이 겹쳤다. 노르웨이도 9월에 총선을 진행한다. 이밖에 체코ㆍ덴마크ㆍ헝가리ㆍ포르투갈ㆍ세르비아ㆍ슬로베니아 등에서 지방 선거, 대선, 총선 등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 당선의 후폭풍

이중 가장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를 보자. 프랑스는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양자 대결 구도로 굳어졌다.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과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다. 둘 중 눈에 띄는 건 르펜 후보다. 르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를 차용한 ‘프랑스 우선주의(La France d’abord)’를 선언했다. 그는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ㆍFrexit)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개최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로화를 버리고 프랑화를 재도입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프랑스 기업의 이익 보장도 전면에 내세웠다.

르펜 후보가 당선돼 프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유로존은 큰 위기를 맞는다. 브렉시트보다도 역풍이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프랑스는 EU 창립 회원국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유로존 내 영향이 크다. 파운드화를 쓰던 영국과 달리 유로화를 쓰던 프랑스가 EU를 탈퇴하면 유로화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 유로화 급락으로 달러가 강세로 전환될 경우,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와 교역을 하는 국내 기업들은 한ㆍEU FTA에 따라 관세를 적용받지 못해 부담이 가중될 게 뻔하다.

무엇보다 자본이탈 우려가 가장 크다. 프랑스 은행이 보유한 이탈리아 자산만 3000억 유로(약 363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한다. 프랑스 자본 이탈로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 연쇄 충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유로존 붕괴가 국내 시장에 달가운 소식일 리 없다.

EU를 이끌고 있는 독일에서도 ‘이상기후’가 포착됐다. 반反유로ㆍ반反이슬람 정당인 독일 대안당이 정치지형을 바꿔놓고 있어서다. 이들은 EU 통합 강화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남유럽 국가의 지원을 끊고 EU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9월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지지율은 10%로 솟았다. 이들이 충분한 의석을 확보했을 때의 가정은 암담하다. 유로존 내 취약국가에 위기가 발생하면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프렉시트 발생하면…

이런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우리 수출품목이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에 노출되는 범위가 늘어난다. 내수경기가 매년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 실적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악재가 분명하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치고 호전되는 움직임이 있지만 국내 경기 회복세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환율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황에 빠진 우리 경제가 주목해야 할 선거가 5월 한국 대선만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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