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 오래 잘하는 법

▲ 자기 관리에 엄격해야 장수한다. 법인카드를 제돈처럼 썼다가 비명횡사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그리스 신화에는 시간에 대한 두가지 개념이 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24시간의 하루를 의미하는 아날로그 시간인 크로노스(kronos)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디지털 시간인 카이로스(kairos)다. 이탈리아 토리노 박물관의 카이로스 석상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내 이름은 카이로스! 지금이 바로 기회다!”

은퇴자의 풍요로운 삶을 결정하는 요인은 급여보다는 얼마나 오랫동안 현직에 발을 딛고 있었느냐다. 한국의 대기업 평균 퇴직연령은 51~52세다. 50세 이전에 퇴직하면 자녀학자금 부담으로 노후 대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50대 중반까지는 현직을 사수해야 하고, 국민연금이 나오기 시작하는 60대 초반까지 다닌다면 그야말로 조상의 음덕이다. 요체는 자신이 원할 때 주도적으로 회사를 그만둬야 100세 인생의 설계를 나름대로 할 수 있다는 거다.

능력은 고만고만한데 일찍 비명횡사하는 사람과 만기 제대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첫째, 윗사람 운運이 절대적이다. 상사는 부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시골 출신 이명박이 대통령까지 오른 배경에는 그를 발탁하고 키워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있었다. 성공한 사람은 일단 상사의 신뢰를 얻은 다음 여우 사냥하는 참매처럼 기회를 낚아챈다. 반대로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조직이 외면하면 진흙 속의 진주 처지다.

이 순간에도 젊고 유능한 조직원들이 영문을 모른 채 눈물을 흘리며 회사를 떠난다. 상사를 내편으로 만들려면 먼저 상사를 이해해야 한다. 그들도 언제 퇴출될까 늘 불안해한다. 실적에 쫓기는 것은 매한가지다. 윗사람이 보기에 편안한 사람이 좋은 부하다. 적절한 아부는 생활의 활력소이자 조미료다.

아부한 말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부한 사람은 기억 난다는 말이 있다. 불평불만 늘어놓지 말고 상사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욱하는 마음에 맞짱뜨기는 절대 금물이다. 위화도 회군, 5ㆍ16 쿠데타, 12ㆍ12사태 등이 아랫사람들이 상사를 물리친 희귀한 사례이고 대부분 백전백패百戰百敗다. 

윗사람의 도움으로 작은 봉우리에라도 오르면 이때부터는 아랫사람이 중요해진다.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했지만 인덕人德이 부족했다. 아랫사람인 고영태(전 더블루케이 이사), 노승일(K스포츠재단 부장), 장시호(조카) 3인에 의해 철저히 배신을 당했다. 3인은 단순한 고자질 단계를 넘어 CCTV 녹화영상,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을 폭로했다. 만일 최순실이 보스 모시는 정성의 10분의 1이라도 부하에게 돌렸더라면 나락에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게다. 혼자 살아남기에도 벅찬 정글의 세계에서 좋은 선배와 후배를 만나는 것은 천운이다. 상하관계의 건강한 균형이 중요하다.

둘째,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까칠해야 한다. 맘씨 좋은 돌쇠는 항상 피해를 본다. 동네북이 되면 곤란하다. 앤스 바이트너 박사는 「페페로니 전략」이라는 저서에서 조직 내에서 맹탕이 되고 싶지 않다면 페페로니 지수를 높혀야 한다고 충고한다. 페페로니는 유럽에서 불리는 매운 고추이름이다. 저자는 사내갈등이 생길까봐 겁먹지 말고 매운 고추처럼 공격성을 키워 당신의 의사를 관철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여성에게 저자는 이렇게 충고한다. “착한 소녀는 하늘로 올라가고, 건강한 공격성을 갖춘 소녀는 경영진의 세계로 입성한다.”

셋째, 자기관리에 엄격한 사람이 조직 내에서 장수한다. 회사는 늘 의심의 눈빛으로 당신을 감시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평소 신뢰 마일리지를 쌓아야 급할 때 포인트를 쓸 수 있다.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가 사소한 돈 문제로 퇴출당하는 것은 공公과 사私에 대한 구분이 모호한 탓이다. 공금이냐 개인돈이냐 고민이 될 때는 눈 딱 감고 개인 돈을 쓸 생각을 해야 한다. 휴일 집 주위에서 가족과 함께 법인카드를 사용하다가 사내 감사에서 적발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성문제, 특히 성희롱 성추행은 무관용 원칙이다. 정말 조심할 일이다.

조직은 항상 새로운 사람을 필요로 한다.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하라는 얘기다. 급여생활자는 정기예금에 가입한 것 같다. 원금을 떼일 염려는 적지만 수익률이 낮고 만기가 짧다. 젊어서 창업을 하지 않은 대가는 조직이 원하면 곧바로 짐을 싸야 하는 하는 페널티로 돌아온다. 어리석은 피고용인은 세입자인데도 제 집으로 착각한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직장인에게 멋진 제2의 인생이 주어진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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